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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경제보복]반·디 생산 차질 현실화…‘화이트 국가’ 제외 땐 전 업종이 영향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재고 안심할 단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생산량 차질, 고객 이탈로 이어질 우려…이재용 부회장 급거 일본행 이유
-규제대상 확대 땐 국내 주력업종 전반 여파…정부·정치권 대응책 발등의 불

[헤럴드경제=유재훈·이태형 기자] 일본의 대(對) 한국 경제보복 조치가 이뤄지면서 1차 타깃이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부품의 수급 차질 우려가 결국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수출 허가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알려지며 1100여개에 달하는 부품·소재 수입이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주력산업 업종 대부분이 경제 보복의 영향권 안에 들게돼 그 후폭풍의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요 소재·부품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며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관련 업종 전반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럴드]

당장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감광액),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핵심소재의 재고 수준은 안심한 단계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각 업체별 재고 수준이 기본적으로 한 두달, 적게는 한달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 심사 간소화 폐지로 수입이 지체될 경우, 지금 수입을 요청해도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석달이 걸리게된다. 짧게는 한달, 적어도 두달 정도는 재고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선 당장의 생산 차질은 물량 부족에 따른 고객사 이탈과 차세대 D램 개발 속도가 늦춰질 것을 더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생산량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소재 부족으로 양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고, 특히 파운드리 고객은 한번 떠나면 3~4년은 다시 찾기 힘든데 이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급거 일본을 방문한 것도 이같은 급박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기업간 핫라인 구축이 성사된다하더라도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기본적으로 무역정책 전반에 관한 사안인 만큼 정부의 대응방향이 세워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 확대 카드를 언급하며 국내 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NHK는 8일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생각”이라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없으면 규제강화 대상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어 한국 측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한국 측에 움직임이 없을 경우 수출관리에서 우대하는 국가로부터 한국을 제외할 방침이며, 규제강화 대상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확대할 수 밖에 없다며 한국 측의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일본산 원자재·기계부품 등 수입 물량을 고려한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무역협회 자료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의 60% 이상은 일본산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석권하며 우리 경제의 수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이들 품목을 생산하는데는 결국 일본의 부품과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중간원료·기초유분·도료잉크·금속공작기계 등 일본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업종들에 있어 수출 제한 공세는 곧 닥칠 위기의 전조로 여겨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대외적으로 일본의 수출 제한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말하고 있지만, 품목이 늘어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3개 품목을 포함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 등의 국산화를 최단 시간 내 이룰 수 있도록 자립화를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핵심 기술개발과 사업화, 실증 등 관련 분야 사업을 적극 추진해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부품 등에 대한 자립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는 일본의 추가 제재가 가능한 품목들을 뽑아낸 뒤 가장 이른 시간 안에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돕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과기부와 산업부를 중심으로 추경에 반영할 소재 지원사업들을 긴급 취합해 어느 정도 사업을 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경 심사 과정에서 증액이나 신규사업으로 반영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정부의 지원방안은 중장기적인 것으로, 당장의 상황 타개가 시급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반응이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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