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편 최소화 위해 야간에 관세척·퇴수 작업
“이번주 중 아파트 5개 단지 식수제한 풀릴 듯”
지난 6일 밤 10시 영등포구 문래동 현대3차 아파트 앞에서 현장모와 안전조끼를 착용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현장 직원들이 소화전 퇴수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붉은수돗물’ 사태 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밤샘 근무가 20일 가까이 계속되면서, 과중한 업무와 피로 누적을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흘 연속 야근을 하던 현장 직원 2명이 과로로 입원하고, 1명은 과로로 인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사업소인 서울물연구원 직원 3명이 과로로 쓰러져 한때 응급실에 실려가고 현재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수질분석부 김모 부장(59·여)은 현장근무와 밤샘근무, 민원 대응을 해오다 지난달 29일 쓰러져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사흘간 입원한 뒤 퇴원했다.
현장조사 담당과 상황반을 운영해 온 연구기획과 안모 과장(54·남)은 사태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달 27일 야간 근무 후 신체에 이상증세를 느껴 이튿날 오전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폐렴 진단을 받았다. 절대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고 현재는 통원 치료 중이다. 먹는물분석과 이모 과장(57·여)은 수질 분석 물량 급증으로 분석업무가 늘어난데다 대책회의 등 밤샘 근무에 피로가 쌓여 지난 3일부터 병원을 다니고 있다.
서울물연구원 직원들이 문래동 수질사고 현장에서 수돗물 수질 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물연구원 직원들의 ‘비상근무’는 한달을 향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문래동 일대 아파트에서 수돗물에 이물질이 유입되고 있다는 민원이 발생한 이후 평소 해온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현장에 출동해 텐트도 없는 공터에서 상주하며 24시간 주민 민원에 대응했다. 사태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오후부터 이동형 수질분석 모니터링 차량을 현장에 설치, 쇄도하는 질문과 항의를 받아내고,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문래동 수질사고 관련 비상근무자는 지난달 21~30일 240명에 달하던 데서 이 달 들어 수질이 안정화 됐다는 판단에 따라 67명으로 줄여 운영 중이다. 현장근무인력도 지난달까지 주간 130명, 야간 51명에서 이 달에는 주간 37명, 야간 24명으로 감축했다.
이처럼 야간 근무가 많은 이유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수 조치 등 세척을 주로 야간에 하기 때문이다. 시는 도림천변 500㎜ 분기밸브 10곳과 아파트 계량기를 닫고, 세척수를 공급한 다음 퇴수밸브 2곳만 완전 개방해 관을 씻어내고 있다. 하룻밤에 1만t 가량의 물을 빼고 있다. 관내 침전물을 배출시키는 작업이다. 세척작업에 유속 작업 전문가 등 40명이 붙는다. 수질검사는 24시간 체제다. 2시간 단위로 탁도를 검사해 그 결과를 주민에 공개하고 있다.
소화전을 이용해 수돗물을 하수로로 배출시키고 있다. [서울시 제공] |
민간합동조사단은 혼탁수의 원인으로 외부 충격으로 인해 노후관 내 이물질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시는 1973년 매설된 노후관 1.75㎞를 폐쇄하고, 연말에 새 관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그 주변에 묻혀있던 비교적 깨끗한 관을 세척해 쓰는 임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수관로에 물이 버려지는 모습. [서울시 제공] |
현재 야간에 이 관 세척 작업이 한창이다. 시는 지난 5~7일 관악고등학교 앞에서 안양천변 500㎜ 관세척을 실시했다.
시는 사태 이후 문래동 일대 아파트 27개 단지 5674세대에 병물 아리수를 제공 중으로, 6일 현재까지 지원된 병물 아리수는 33만6772병(총 19만6888.7ℓ)에 이른다.
백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이번 주 중 식수 제한 아파트 5개 단지(삼환, 신한인스빌1·2단지, 현대3·5차)의 식수제한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727억원 중 50억원을 활용해 우선 영등포구청역~도림교간 송배수관 정비공사를 연말까지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아니어도 상수도사업본부는 업무가 과중한 조직으로 손꼽는다. 시민의 생명줄을 다루는 탓에 24시간 중앙제어실(수도사업소 8곳, 정수센터 6곳)에선 교대근무가 필수다. 서울특별시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상수도 현장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정원 605명이 사라졌다. 그나마 2012년 이후에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2017년 이후 결원이 150명이다. 51세 이상 인력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 2020년까지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36명의 결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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