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년 민생, 경제 문제에 최선 다할 것”
“21세기 리더는 국민 개개인 역량 발휘토록 돕는 것”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버리면 얻는다고 했나. 박원순 서울 시장은 “어느 순간부터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행복하기로 스스로 결단해서 그렇다”고 했다.
지난 4일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열린 민선7주기 1주년 기념 만찬에서 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요즘 얼굴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별로 좋아질 상황도 아닌데 좋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면서 ‘득도’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는 “시민운동 시절엔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현시킬 돈이나 사람이나 권한이 없었다”며 “지금은 그래도 35조원의 예산, 1만7000명, 산하기관까지 4만6000명의 인재, 그리고 여전히 좀 더 큰 권한이 목이 마르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거냐. 그걸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또 서울의 미래를 개척해 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고 1주년의 소회를 밝혔다.
박원순 시장. [서울시 제공] |
박 시장은 “지난 8년을 회고해보면 시민을 조직표에 제일 위에 배치해놓고 실제 늘 시민 소리에 귀 기울이고 , 시민 복리와 삶의 질 개선에 힘써왔다”면서 민선 5기는 친환경급식 등 정상화의 시기, 6기는 ‘찾동 ’ 등 기존 행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별화의 시기, 7기 이후는 표준화의 시기라고 정리했다. 7기 이후를 표준화 시기로 하는 건 시의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전국화하고, 독일 연방정부가 서울시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채택하는 등 세계 도시가 서울을 벤치마킹 하고 있어서란 이유에서다.
남은 임기 3년에 대해 박 시장은 “이제 더이상 서울 시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집중하고 정리해서 결실을 거둬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민의 먹고 사는 문제, 민생, 경제 문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 특히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언급했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약 40만호, 서울 주택의 10%를 임대주택으로 확충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시장은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잠룡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권, 대선, 대통령 이름부터 바꿔야한다”며 “제가 좋아하는 시민공모방식으로 하면 좋은 명칭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강력한 리더를 원하는 풍조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21세기 리더는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이끌고 가는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 개개인이 자기를 완성하고 자기 삶에 대해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시대가 좋은 시대고, 정치라는 것도 각자가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도와주는 게 정부고, 대통령이고, 시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는 “구태여 답한다면 자기 자신이죠.”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가 재정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5, 6기 때와 달라진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1선, 2선 때는 채무감축을 굉장히 신경써서 약 7조5000억원 정도 감축했다. 그런데 시민 삶이 훨씬 더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 양적 확대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40% 정도, 미국이 100%를 넘어섰고, 일본은 250%까지 갔다. 일본은 양적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을 뿐 더러 잃어버린 20년의 디플레를 극복했고 일본은 일자리라던지 엄청 늘고, 이자율 인하에 따라 관광객이 4000만명으로 늘었다. 2016년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이 1350만명을 찍을 때 도쿄는 900만 밖에 안됐는데, 지금은 2000만을 넘어섰고 우리는 올해 1400만명을 돌파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 운용의 기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일본의 경제회복 사례를 나열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도 법이 허용하는 한 국가적 도전과제(저출산, 고령화 등)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또 광화문광장 내 우리공화당의 불법 천막 설치와 대응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안타깝다. 그렇게 오래가겠나”라며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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