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3대 덮쳐 1명 사망, 3명 중경상…추가 사상자 없어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 안돼”
4일 오후 2시 23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인 건물이 붕괴해 지지대와 인근 전신주 등이 차도를 덮고 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걸음 느린 친구 덕분에 살았어요”
신동중학교 2학년 양진원군과 친구들은 4일 오후 2시30분께 붕괴된 신사역 인근 5층 건물 앞을 지나 카페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유독 걸음이 느린 양 군이 일행에서 뒤처지자 친구들은 양 군을 데리러 가던 발걸음을 돌렸고 그 선택은 결국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양군의 친구들은 “뒤를 돌아서 가는 도중에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고 했다. 양 군 일행이 있던 곳은 무너진 건물과는 불과 100m 정도 되는 거리였다. 양 군은 “먼지 때문에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땅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전신주에서 빨간색 스파크가 튀었다”면서 “무서웠다. 재난 같았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양 군의 친구들은 양 군을 가리키며 “얘 덕분에 살았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인근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 철거 작업 도중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이 붕괴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가로와 세로 각각 10미터, 무게 30톤이나 되는 크기의 시멘트 구조물 밑에 차량 한 대가 깔렸고 주변 석대의 차량도 떨어진 건물 잔해의 피해를 입었다 . 전신주와 가로수가 쓰러졌다. 붕괴된 건물의 주변은 건물 잔해와 먼지들로 뒤덮였다. 길을 가던 행인들과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은 사고 현장 사방에 몰려들었다.
무너진 건물과 같은 블록에 사는 50대 신모 씨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전봇대가 넘어지고, 차가 깔려 있고 난리도 아니었다. 전쟁터 같았다”며 당시 혼잡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 A(33)씨는 “우웅하는 소리가 나면서 전기가 차단됐다. 사람들이 사고난 곳으로 몰려들다가 스파크가 터지니까 급하게 뒤로 빠지고 곧 구급차가 왔다”고 말했다.
소방서와 경찰, 서울시 담당자는 인근 도로를 막고 차량과 시민의 통행을 통제했다. 소방관과 서초구청 관계자, 경찰 등 262명이 동원돼 구조 작업을 벌였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잔해가 도로의 자동차 세 대를 덮쳤고 차에 타고 있던 이모(29) 씨가 사망했으며 황모(31) 씨와 나머지 두 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4일 밤 10시 34분까지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더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철거 작업 중인 건물의 잔해가 떨어지면서 가림막과 건물의 2,3층 바닥을 충격하면서 건물이 무너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서초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차량을 덮친 건물 잔해에 벽 부분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건물 바닥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소방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붕괴 사고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승용차를 탄 상태에서 건물 잔해에 깔려 중상을 입은 황모(31)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조수석에 타고있던 여성 이모(29)씨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와 이씨는 결혼을 앞둔 상태로, 이날 반지를 찾으러 가기 위해 휴가를 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황씨의 부친은 5일 언론과 만나 ‘예비신부였던 이씨가 숨진 사실을 황씨가 알고 있느냐’는 “(황씨가) 얘기도 안 하고, 물어보지도 않고 있다”며 “자기 품에서 죽은 것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붕괴된 건물은 1996년 준공된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로 철거 후 이 자리에는 지상 6층의 생활근린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철거는 지난 6월 29일부터 시작돼 오는10일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sky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