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나EVㆍ니로EV 효과에도 배터리 공급 지연 ‘과제’
- 현지 판매점 지연 안내ㆍ일부 수입사 목표량 축소도
- 점유율 경쟁에 도태 가능성…“배터리 공급 전략 시급”
코나 EV.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배터리 수급 문제가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추는 2022년까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불균형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에 판매량 정체가 예상된다.
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만906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연간 기록인 1만9751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부터 아이오닉EV를, 기아차는 이보다 앞선 2014년 쏘울 EV를 판매하며 유럽 현지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선보인 현대차 코나EV와 올해 출시한 니로EV가 판매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 코나EV와 니로EV는 올해 5월까지 각각 9130대, 5356대가 팔렸다. 각종 최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바탕으로 출시 직후 아이오닉EV(3473대)와 쏘울EV(1102대)의 판매량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문제는 배터리 공급 지연이다. 배터리 공급량이 충분하게 배정하지 않아 현지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완성차 형태로 조립해 수출하는 방식도 현지 공급속도를 더 늦추고 있다.
니로 EV. [기아차 제공] |
주요 외신들은 최근 유럽 내 현대·기아차 판매점들이 배터리 공급 지연으로 전기차를 주문한 고객들에게 인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 안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한 매체는 노르웨이 수입 업체의 말을 인용해 현대·기아차의 모델당 판매 목표가 연간 2만대에서 8000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당 (배터리 수급) 문제는 올해 2~3월부터 나왔던 이야기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는 LG화학에서,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정체된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올해 5월까지 독일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3만8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노르웨이의 연간 판매 대수는 약 8만600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의 변방으로 분류됐던 스페인은 5월 기준 전년 대비 98%, 이탈리아는 4월 기준 52%의 판매량 증가세를 기록했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테슬라는 ‘2개월 내 출고’라는 판촉 행사를 앞세워 올해 5월까지 2만6176대를 고객에 인도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인 르노(Renault)는 용량을 늘린 배터리 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2028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기존 1500만대에서 22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하반기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신규 전기차 모델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 현지 시장 전문가들이 현대·기아차의 배터리 수급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유럽시장 점유율은 6.6%로 전기차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질수록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신차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 배터리 공급과 관련된 전략에도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HEV(하이브리드)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수출량은 총 9만35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4343대)보다 25.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4월 기준 유럽이 5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북미가 29.8%로 뒤를 이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