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위원장 “수정안 꼭 제출을”
9일 10차 전원회의 결과 주목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기세 싸움이 가열되면서 양측의 대립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우며 19.8% 인상한 시급 1만원을 최초요구안으로 내놓은데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4.2% 삭감한 8000원으로 맞불을 놨다.경영계가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노동계가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시급 1만원을 제시하자 경영계에서는 전날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마이너스 4.2%의 인상률을 적용한 시급 8000원으로 맞섰다. 이후 양측은 이날 자정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지속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0시 그 자리에서 바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못한채 새벽 2시께 회의를 마쳤다.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을 받아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밤샘 협상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제8∼9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노동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이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했고 경제 상황, 취약 업종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급 주휴시간 효과까지 감안하면 4.2% 감액해 최저임금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기준으로 노동계 요구안(19.8% 인상)과 경영계 요구안(4.2% 삭감)의 격차는 2000원이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인상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노동계의 19.8% 고율 인상안도 그렇지만 4.2% 삭감안을 제시한 경영계 양측 모두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를 떠올리게 한다.
치킨게임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최고의 강수를 두고 절대 양보나 타협은 생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주가 2년간 급격히 이뤄진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최고의 인상 폭을 요구하는 노동계나, 최저생계비를 보장해달라는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한채 동결을 넘어 끝내 마이너스 인상률을 제시하는 사용자가나 모두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지만 결국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업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치킨게임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되지 못하는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준식 위원장은 밤샘 회의에도 노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사 양측의) 최초 제시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됐다”며 “차기 회의에서 논의 진전을 위해 수정안을 반드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에 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9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대우 기자/de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