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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기업의 연구개발은 자산이다

제조가 현재라면, 연구개발은 미래이다. 기업가치 평가에서 자산은 플러스(+)지만, 비용은 마이너스(-)이다. 하나의 현상이 관점에 따라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극명히 갈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의 연구개발이다.

연구개발엔 돈이 든다. 1차원적으로만 보면, 돈이 든다는 것은 비용이다. 하지만 현재, 미래 등 기업의 발전과 국부창출의 지속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보면 연구개발은 비용이라기 보다는 자산에 가깝다.

‘신성장동력 대박’을 향한 대한민국 산업 고도화의 도상에서, 연구개발 과정의 대부분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1차원적 공무원이 몇몇 있다.

정부 실무자가 작년 가을 연구개발 투자 및 성과를 자산화하는 ‘기준’을 밝힌 이후, 숱한 기업인들이 서슬퍼런 기업 수사의 칼 앞에서 불만을 감내하다가, 최근 미래형 자동자, 비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된 바이오업계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기준에 따르면,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판매허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1상 개시 이후 지출액을 자산화하는 건 안된다’는 것은 3상쯤 가서야 기술적 성과를 보고 자산화하겠다는 뜻인데, 전체 연구개발비의 70~80%는 ‘비용’일 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판매허가 받은 신약 관련 추가 임상에 지출한 금액의 자산화’도 안된다고 했다. 또 국내에 이미 잘 팔리는 신약을 해외에서 허가받기 위해 현지 임상연구하는 것도, 이미 시장에서 대박난 오리지널 약품을 복제해 바이오 시밀러를 만들기 위해 보충연구하는 것도 비용으로 해야지 자산화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3대 신성장동력 기업들이 연구개발에서 제품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년 안팎인데, 이 정부 기준을 준수하면 연구개발 과정과 성과를 자산화할 여지는 매우 좁다. 연구개발이 비용이면, 연구개발을 할수록 수익률이 저하되니 기업가치는 떨어진다.

바이오협회와 재무,경영학회,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원사 등은 최근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을 통해 이같은 정부 지침을 비판했다.

이 기준이 관철된다면 3대 신성장동력 종사자들의 연구개발 의욕은 위축된다. 자산화 여지를 좀 더 넓게 인정할 경우 감독기관의 일은 많아질 것이다.

연구개발 생색만 내고 성과 없는 것을 가려내는 것은 공무원들의 책임이다. 성과 ‘뻥튀기’로 일정한 초과수익을 올렸다면 사후에라도 재평가해 원래대로 되돌려 놓거나,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을 쓴데 대한 업무 방해 책임을 물으면 된다. 이는 당연한 정부의 몫이다. “많이 해주면, 이거 옥석 못가려요”라는 공무원의 푸념 하나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아주 오래된 1차원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민간의 산업 고도화 업무 방해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 신산업 분야에선 매출이 적어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치어리더가 되어야 할 정부가 국부창출을 위해 꼭 밀어주겠다고 한 것은 되도록 해야지, 지엽말단적인 이유로 주춤거리다 당초 대의를 훼손할 수 있다. 그래놓고 나중에 잘 안되면 자기 책임은 쏙 빼고 다른 이유를 들어 책임 회피하는 페이퍼워커, 테이블토커, 시트키퍼들은 이제 공직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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