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 외국기업’ ISD, ‘김앤장 v. 태평양-광장’ 구도로 굳는 모양새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간 분쟁(ISD)사건에서 대형로펌들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엔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 |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 37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주장한 미국 부동산개발업체 게일 인터내셔널과의 분쟁준비를 위해 자문계약 조달 공고를 조만간 낼 것으로 전해졌다.
게일 ISD는 여느 ISD와 마찬가지로 한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5대 법무법인의 대결 구도로 갈 전망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최근 ISD는 김앤장 대 주요5대 로펌 구도로 잡히는 모습”이라며 “김앤장이 하노칼 ISD에서 정부 대리를 해 첫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한국기업과 외국기업간 국제중재에서 외국기업을 다수 대리하면서 ISD에서도 외국기업을 대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의 ‘하노칼 인터내셔널’이 제기한 ISD에서 정부 대리인을 맡았다. 하지만 이후 쉰들러 ISD 사건에서 쉰들러를 대리하는 등 기업 간 소송전에서 외국기업을 대리하다가 ISD에서의 기업 대리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김앤장은 현대중공업이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중재에서도 티센크루프를, 게일이 ISD를 제기하게 된 계기인 포스코 건설과의 소송전에서도 게일 측을 대리했다. 이 때문에 게일이 한국 측 대리인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누가 정부를 대리하느냐다. 광장은 엘리엇과 메이슨 등 미국계 펀드가 각각 제기한 ISD에서 잇따라 우리 정부의 대리인으로 선임됐다. 태평양은 론스타 ISD에서 정부를 대리했다. 태평양은 게일과 포스코건설 간 분쟁에서 포스크 측을 대리해와 게일 측의 논리를 상대 편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ISD는 현지 로펌과 글로벌 로펌을 각각 선임해 분쟁을 벌인다”라며 “ISD 사건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로펌의 대리전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일반 법무법인이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1조 6000억 원 규모의 ICC 중재사건에서 전부 승소한 경험도 있다. 태평양은 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김갑유 대표변호사가 팀을 이끌고 있다. 광장은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의 초대 상임위원을 지낸 임성우 변호사을 필두로 김앤장에서 하노칼을 담당했던 주현수 변호사와 세종에서 론스타 사건을 담당한 데이비드 김 변호사를 영입해 국제중재 분야를 키웠다.
다른 대형로펌들도 국제중재 사업을 키우고 있다. 2015년 이란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ISD에서 우리 정부를 대리한 율촌은 UNCITRAL(국제상거래법위원회)로부터 패소 판정을 받았지만 뒤이어 우리 정부가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도 정부를 대리해 사건을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최근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ISD사건에서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화우에는 국제중재실무 및 자문분야 전문가인 김명안 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주), 국제 건설 분쟁 해결 분야 전문가인 김연수 영국 변호사, 해외 투자 및 중재분야에서 활약 중인 차지훈 변호사와 동남아/남미 신흥국가 관련 전문가인 한민영 변호사가 있다.
세종은 한국서부발전이 인도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서 단독으로 서부발전을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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