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청사.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교육부가 '무단 수정' 논란이 일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 집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1일 "이번 논란은 (교과서가 처음 발행될 당시) 연구·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교수가 개정 교육과정과 다르게 내용을 부적절하게 수정해 생긴 문제"라며 "박 교수에게 어느 정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편찬 위탁 계약서는 편찬위원회 대표가 도서 편찬 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손해를 입힌 경우 그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최근 교과서 불법 수정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사문서위조교사·위조사문서행사교사)로 당시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과 연구사 등 담당 공무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교육부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일부 내용에 대해 집필 책임자인 박 교수에게 수정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다른 교수와 교사 등으로 자문위 등을 꾸려 수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가 협의에 참석한 것처럼 회의록을 조작하고 박 교수의 도장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육부는 "발행사가 사회 교과서 수정·보완 발행승인을 요청해 교육부는 이를 승인했다"며 "교육부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및 국정도서 위탁계약서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 2016년 사회 교과서를 집필하며 2009 교육과정을 따라야 했지만 대신 2015 개정교육과정을 적용했다.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표현을 쓰도록 했는데도 박 교수가 이를 2015 교육과정에서 쓰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 교과서 내용을 두고 현장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됨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한 것일 뿐 강압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또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26조를 들어 국정교과서는 내용 수정이 필요할 때 저작권자인 교육부가 직접 수정할 수 있는 만큼 '무단 수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정책관은 박 교수가 교과서를 교육과정과 맞지 않게 바꾸는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 교육부 관계자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에서 일정 정도 정책 방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서상 남아있는 (수정) 지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하반기 교육부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차례 거부했지만 2016년 1월 '2015 교육과정'이 새로 나오면서 이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교수는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9월 교육부에서 다시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거부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교과서가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문제가 된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를 비롯해 초등 3∼6학년 사회·수학·과학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내 이같은 내용의 '초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고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정교과서는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출판사와 집필진이 저작권을 갖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심의한다.
초등 3∼4학년은 2022년 3월, 초등 5∼6학년은 2023년 3월부터 새 검정 교과서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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