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 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70대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14일 별세했다. 해방 이후 중국에서 생활하다 2011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한 이후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부장 최지경)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74)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씨는 2012년 6월~2018년 4월위안부 피해자 이귀녀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중국에 살고 있던 이 할머니를 국내로 데려온 뒤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총 2억8천여만원을 332차례에 걸쳐 빼돌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 할머니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다른 계좌로 옮긴 사실은 인정되지만 횡령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중국으로 가서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모셔오고, 피해자 건강이 악화되자 입원치료를 하는 등 한국에서 유일한 보호자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며 부양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무죄 판결에는 피해자 할머니의 생전 발언과 친아들의 진술이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씨에 대한 이 할머니의 고마움은 자신의 아들에게 "한국의 모든 생활을 피고인에게 의지한다",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아들에게 말할 정도로 컸다. 피해자 아들 역시 피고인이 가족과 같은 관계여서 지원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의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의 말을 비춰 보면 피고인이 구체적인사용 내역을 증빙하지 못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임의로 지원금을 횡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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