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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군인 골프장 이용, 언제까지 눈치봐야 하나요?”
-지난 4일 북 발사체 도발 때 군인들 골프 논란

-위기관리 대응 위해 장성과 장교 12명 복귀

-“장성 10명은 계속 골프쳤다”는 지적 나와 

-군 “모두 복귀해야 되나…그런 규정 없어”


민간 골프장 전경.[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달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때 단연 취재진의 관심을 끈 건 기지 내 골프장이었다. 기지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멋지게 조성된 골프장에서 미군들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지 밖으로 나가 회포를 풀 여유가 없는 주요 보직자들에게 기지 내 이러한 시설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 군에도 이러한 골프장 시설이 있다. 대부분 군사 기지와 가까운 곳에 조성돼 있다.

휴일이나 여유 시간에 멀리 가지 말고 비상 대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용료도 현역 군인들에 한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군인들의 골프장 이용은 세간의 시선과는 좀 다른 차원인 셈이다. 주말 새벽 골프백을 트렁크에 싣고 직접 운전해 풍광 좋은 수도권 모 CC에 집결, 18홀을 돌고 최신식 사우나에 몸을 담근 뒤 한 잔 걸치고 나면 하루 해가 지는 팔자 좋은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눈치를 봐야할 지…”

◆무조건 눈치보는 군인들 “국민정서법 때문에…”=현역 군인들은 군용 골프장을 가면서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에게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부대 멀리 가지 말고 비상 대기하기 위해 부대 근처에 군용 골프장이 있는 거예요. 멀리 안 가고 부대 근처에 남는 것 자체가 군인으로서 숙명입니다. 그런데 비상 대기한다고 해서 24시간 5분 대기조처럼 있을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이런 얘기를 공식석상에서 당당히 하지는 못한다. 만약 누군가 이를 문제 삼고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 ‘국민정서법’에 따라 옷을 벗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한다. 골프를 친 정황이 아무리 당당하다 해도 누군가 ‘군인들이 골프를 쳤다’고 비난을 하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제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골프를 쳤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군용 골프장을 폐쇄하거나 골프 금지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군 내부에서는 임무상 부대 인근에 머물러야 하는 주요 근무자들에게 ‘미안하지만, 멀리 가지 말고 군용 골프장이라도 가라’며 다독여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군인들이 골프를 쳤다’는 지적이 나오면 일단 고개를 먼저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 일각에서는 ‘이게 뭐라고’, ‘진짜 너무들 하네’라는 반응들도 터져나온다.

이번에 또 그런 일이 터졌다.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 장성 10명이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문제 생기면 “그날 골프 친 사람 다 나와” vs. “진짜 너무들 하네”=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이 육군 인사사령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충남 계룡대 골프장 이용객은 총 326명으로 이 중 현역은 195명으로 집계됐다. 장군 16명과 영관급 장교 133명 등이 이날 골프를 쳤다.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해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성 6명과 영관급 장교 6명은 서둘러 복귀했다. 이들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해야 하는 위기관리 관련 인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역 장군 10명은 골프를 계속 쳤고,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됐다.

긴급한 안보 상황에 장성들 10명이 계속 골프를 쳐야 했느냐는 일부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군 당국은 이런 여론에 대해 참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군 내부 규정과 지침에 따라 비상 상황에 대응해야 할 인원들은 모두 부대로 복귀해 대비태세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모든 군인이 부대로 복귀해야 하느냐는 푸념마저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 단거리 발사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인원은 전원 즉시 복귀해 상황을 관리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했다”면서 “북한이 발사체를 쐈다고 모두 복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계속 친 사람들은 긴급 소집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지금은 골프가 부유층의 전유물인 시대가 아니고 일반인들이 평소에 자유롭게 즐기는 대중 스포츠가 된지 오래됐다”며 “병사들이 휴대폰을 쓰고 평일 일과 후 외박을 가는 시대에 군인이 골프를 쳤다고 비난하는 수십년 묵은 논리를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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