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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기무사 문건 최초명령자와 최종보고자는 누구?
-이철희 의원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폭로
-위수령 및 계엄령 세부 시행방안 담아
-12.12 군사 쿠데타 연상시키는 군 집권 플랜
-기무사 보고 받은 한민구 전 장관 어떤 해명할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지난 5일 폭로한 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문건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초 작성된 것이다. 이 문건은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장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12.12 군사 쿠데타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 있어 한민구 전 장관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은 상명하복 시스템으로 가동된다. 군의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면 필시 상부의 최초 명령이 먼저 있게 마련이다. 이번 파문에서 최초 명령자와 최종보고 받은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문건은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위수령 관련 문건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건”이라며 “기존 문건들은 법적요건이나 절차 등 법률 검토의 성격이 강했다. 반면 이번 문건은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등 단계적 상황별, 발령권자, 증원부대의 지정과 배치, 계엄사의 편성과 업무까지 망라하는 군 차원의 대비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사진=국방부]


해당 문건 8쪽에는 “본 대비계획을 국방부, 육본 등 관련부대에 제공”이라고 명시됐다.

문건의 ‘전시계엄수행방안’은 ▷현상진단 ▷비상조치유형 ▷위수령발령 ▷계엄선포 ▷향후조치 등 총 5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현상진단에서는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기무사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기무사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대해 “촛불 및 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무사는 촛불집회를 종북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문건은 “촛불집회(18차 연인원 1540만여명)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혁명’을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기각 선고 이후 전망도 기무사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건은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해 청와대, 헌법재판소 진입 및 점거를 시도”, “동조세력이 급격히 규합되면서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사이버 공간상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확산”,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하여 방화 및 무기탈취를 시도” 등으로 전망했다.

문건은 여기에 북한의 도발 위협을 더해 헌재 선고 이후 국가안보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상진단은 “北 의 도발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시위악화로 인한 국정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軍 차원의 대비 긴요”로 끝을 맺고 있다. 이런 절차를 거쳐 군이 개입할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조치유형에서는 기무사의 단계별 비상조치방안이 나온다.

위수령과 계엄의 차이를 비교한 후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악화 시 계엄(경비→비상계엄) 시행 검토”라는 방안을 제시한다.

서울에서 위수령을 발령하려면 서울시장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위수령을 요청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것일까. 기무사는 서울시장이 위수령에 의한 병력출동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경찰 협조下 軍 중요시설의 외곽 경계선을 확장시켜 통제”라는 우회적 방법을 문건에 담았다.

군이 위수령을 사실상 사문화한 것으로 평가한 가운데 위수령을 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 엿보인다.

(국방부는 이달 4일 “위수령은 1950년 3월 27일 육군의 질서 및 군기유지, 군사시설물 보호 목적으로 최초 제정되었다”면서 “이러한 위수령은 최근 30년간 시행 사례가 없는 등 실효성이 낮고, 상위 근거 법률의 부재로 위헌 소지가 많다”며 위수령 폐지 입법예고를 했다. 국방부는 “위수령 제정 목적은 현행 다른 법률에 따라 대체가 가능하고, 치안 질서 유지는 경찰력으로 가능하기에 더 이상 대통령령으로서 존치 사유가 없어 이를 폐지하려한다”고 설명했다. 위수령 폐지안은 오는 13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폐기가 확정된다. 위수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의 별도 의결 없이 관계부처 회의와 국무회의 의결로 즉시 폐기된다.)

기무사는 위수령 다음 단계인 계엄령 발령도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꼼수’ 해법을 모색했다.

과거에는 육군참모총장에게 병력출동 권한(군령권)이 있었지만, 지금은 합동참모회의의장에게 권한이 있다. 이 때문에 기무사는 계엄시 병력출동 합리화를 위해 ‘합참의장, 국방장관 별도 승인’이라는 꼼수를 거론했다.

위수령의 위헌 소지 논란에 대해서도 “군의 직접적인 책임 無”라며 손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기무사는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에서 위수령 무효법안이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시 일정기간(2개월 이상) 위수령 유지 가능”이라며 강행을 시사했다.

▷서울지역 위수령 발령시 조치에서는 “수방사령관을 위수사령관으로 임명, 시위대 대응을 준비”,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 시도시 위수령 발령 검토”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투입 부대로는 기계화 5개 사단과 특전 3개 여단 등 증원가능부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계엄 선포에서는 사회 혼란 수준에 따라 ‘경비계엄’에서 ‘비상계엄’으로 확대한다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계엄사령부 편성, 계엄임무수행군 편성과 운용방안 등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을 임명”, “계엄사는 ‘B-1 벙커’ 에 설치”, “계엄임무수행군은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 6개 여단으로 구성”, “(청와대 등) 중요 방호시설은… 3개 여단 규모가 전담”, “광화문은 3개 여단, 여의도는 1개 여단이 담당” 등 구체적인 부대운용방안도 담겼다.

▷비상계엄에서는 군에 의한 ‘정부부처 지휘 및 감독’과 ‘계엄사범 색출’, ‘언론통제’ 등 사실상 군정(軍政) 실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당시 현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 사령관(전두환)이 사실상의 군정을 실시한 12.12 쿠데타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월25일 서울현충원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과 서울지역 기무부대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정한 정치적 중립 준수 및 고강도 개혁 다짐 선포식을 열었지만 불과 6개월여 만에 해체 기로에 놓였다. [사진제공=기무사]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협조관(48명) 편성하여 24개 정부부처에 파견하고 정부연락관(58명) 소집, 정부부처 지휘 및 감독”, “합동수사본부는 정보수사기관을 조정 및 감독하여… 계엄사범을 색출, 사법처리”, “계엄사 보도검열단(48명)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9명)을 운영, …언론통제”, “방통위 ‘유언비어 대응반’은… 포고령 위반자의 SNS계정 폐쇄” 등 세세하게 비상기구의 구체적 임무까지 정리해 놓았다.

▷향후조치에서는 ‘미비점 보완’, ‘여건 평가’ ‘시행준비 착수’ 등 탄핵심판 일정과 정국 동향에 맞춘 시간계획을 제시한 후,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下 임무수행 준비에 막전을 기하겠음”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 문건은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위수령과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평가된다. 지난 3월 한민구 전 장관은 위수령 등의 논란이 일자 이철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기무사의 문건을 감안할 때 한 전 장관의 해명이 석연치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기무사 문건이 확인되면서 탄핵 선고를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군을 동원해 정국을 반전시키려는 위험한 플랜이 가동됐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며 “단순히 해당 문건의 작성경위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 치안확보를 빌미로 군을 움직이려 했던 위험천만한 시도가 없었는지, 또 기무사 외에 가담한 군 조직이나, 국방장관의 윗선은 없는지 등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담자 전원의 발본색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한 “불법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도 모자라 군정 획책 계획까지…”라며 “갈 데 까지 간 기무사는 해체에 준하는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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