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생활 25년 동안 맞벌이를 해온 전문직 여성 A씨와 금융권 중견 간부 B씨. 이들은 오래 지속되어온 갈등으로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재산은 남편 B씨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를 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고, 남편의 재산 내역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B씨의 재산 규모가 이상할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가 이혼전문변호사와 함께 B씨의 금융재산을 살피던 중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마치 이혼을 작정하고 준비한 것처럼, B씨가 자신의 금융재산을 시댁 식구들에게 조금씩 돌려놓은 듯한 정황이 눈에 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이혼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
이혼 의사가 일치된 소송 당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은 역시 이혼재산분할이다. 부부 간의 갈등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되는 냉전 속에서 부부가 각자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이 벌어지면 혼란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배우자가 어떤 재산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데다가, 대략적인 재산의 규모를 알더라도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산분할의 기준이 되는 시점 역시 각자가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서로의 주장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상에는 기본 상식부터 특수한 사례까지, 재산분할에 관한 갖가지 정보가 떠돈다. 하지만 정제되어 있지 않은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다 보면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판례를 적용해, 실제보다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인지 여부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기준 시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개별 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음의 한승미 이혼전문변호사는 “혼인 파탄 즈음에 배우자가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포착되거나, 소명할 수 없는 재산 소비가 눈에 띄는 경우를 잘 부각시켜서 주장하면 재산분할 청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하면서 “분할을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소송 초반에 가압류 및 가처분 등의 절차를 통해 재산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앞에서 언급한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재산분할 청구시에는 혼인 기간, 맞벌이 여부, 재산 기여도 외에도 재산 은닉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재산분할 사건을 많이 다루어 본 이혼전문변호사와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김예지 기자 / yj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