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사실상 상실된 가운데 군 당국이 미 공군용 고등훈련기 수출을 위한 미국 현지 시험비행 행사를 다음 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KAI가 미국 수출을 겨냥해 개발 중인 고등훈련기 T-50A의 시험비행 행사가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열린다.
KAI는 이날 록히드마틴의 비행훈련 센터와 고등훈련기 조립공장이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미 국방부 및 공군 관계자와 언론들을 대상으로 T-50A의 시험비행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 참석한 가운데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 공개 기념식에서 기존 T-50의 개량형인 T-50A가 처음 공개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
KAI는 지난 6월 사천에서 T-50A 시제기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바 있지만, 미국에서 현지 관계자들을 상대로 공개 시험비행 행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수출이 성사될 경우, 우리 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기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측에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기를 수출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항공기 기술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된다.
또한 미국 수출 성사로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세계 각지로 항공기 수출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가 주목하는 국가적인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이라는 점에서 만에 하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우리 방산업계는 물론 국가 경쟁력 면에서 큰 내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고등훈련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근 최순실 사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미국 최대 무기회사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있다. 또한 이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특히 큰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져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역풍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 KAI가 있는 경남 사천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 공개 기념식에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이 행사는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박 대통령이 참가하는 행사로 격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이 행사를 위해 T-50A 시제기 2기 중 1기를 배편으로 미국으로 운송했다.
당초 이 행사에는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이나 황인무 국방부 차관 등 우리 군 고위인사도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혼란스런 국내 상황 등으로 인해 취소됐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개발한 T-50A를 내세워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T-X)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T-X 사업은 노후화한 T-38 훈련기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1차 미 공군 350대를 시작으로 미 해군 등의 추가 소요를 고려하면 규모가 모두 1000대, 200억달러(약 23조3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 수주를 위해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 외에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 미국 노스럽그루먼-영국 BAE 시스템 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 3개 경쟁 컨소시엄 중 미국에서 시험비행에 나서는 것은 T-50A가 처음이다. KAI 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올해 말 미 정부의 입찰공고를 앞두고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올해 말 입찰을 통해 업체가 선정되면 내년 말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T-50A는 KAI가 2006년 개발한 T-50을 기반으로 만든 기종이다. 미 공군이 요구하는 대화면 시현기(LAD)를 갖춘 조종석과 가상훈련(ET) 기능이 추가돼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경쟁사들과 달리 공중급유가 가능해 작전 시간이 연장되는 등 성능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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