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군 당국은 두 달전 이미 정해진 정답의 발표시기를 뜸들여왔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왜 군은 이렇게 발표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며 구설수를 자초한 것일까.
▶첫 번째 이유:‘여론 물타기’=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드 사안에 대한 여론 물타기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드배치에 대한 관심을 최대한 분산시켜 여론의 응집을 피하는 한편,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 위해 차근차근 절차적 단계를 밟아나가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군 당국은 이런 관측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박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7월말 이후 제기된 제3부지에 대해 군 스스로 적법한 절차를 밟으려다 보니 두 달이 지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군의 해명을 믿을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배치 추진 과정에서 군의 신뢰가 상당 부분 훼손됐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롯데스카이힐골프장 홈페이지] |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군은 사드에 대해 ‘필요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 7월 13일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가 최적합지역이라고 발표했고, 일부 반발에도 재검토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경북도지사,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나서 반발하자 제3후보지 재검토로 돌아섰다.
또 제3후보지 검토 과정에서 염속산, 까치산 등은 도로, 전기 등 기반시설이 미비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앞서 발표했지만 결국 8월 말 제3후보지를 염속산, 까치산, 성주골프장 등 3곳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8월말 제3후보지 3곳이 발표된 뒤 성주골프장 중에서도 스카이코스 1번홀 ‘바로 위’가 이미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군은 계속 부인했다. 그러나 1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성주골프장이 유력하며 사실상 결정된 상태임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상태다.
국방부가 지목한 사드 최적지는 스카이코스 1번홀 위쪽 4만7000㎡ 규모 사각형 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상사가 소유주인 성주골프장 임야 24필지 중 초전면 소성리 산 53번지에 해당한다. 그러나 군은 지금까지도 사드 제3후보지에 대해 극비에 부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소성리 산 53번지가 군이 극비로 부친 그 부지가 맞는지 확인하는 단계만 남은 상태다. 해학적인 상황이다.
결국 사드 배치과정이 전체적으로 계속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을 보여온 셈이다.
▶두 번째 이유:예산확보 전쟁을 위한 軍의 논리 다지기=군 당국이 사드부지 발표를 뜸들이는 또 다른 이유로 1000억원의 예산 문제가 거론된다.
군이 지난 7월 13일 발표한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하면 부지 확보비용은 따로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제3후보지인 성주골프장이 절차에 따라 사드 최적지로 결정되면 부지 비용 약 1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성산포대는 군사부지로서 군이 부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지만, 성주골프장은 민간부지로서 군사부지로 전환하려면 돈을 주고 사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부지는 일반 임야지역보다 땅값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야를 골프장으로 조성하는 비용은 물론, 성황리에 영업 중인 골프장을 매입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약 1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매입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국방부가 골프장 매입 관련 예산을 국방부 예산에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올리면 기획재정부가 이를 검토해 국회로 보내게 된다. 국회에서는 해당 안건이 국회 예산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서도 통과되면 최종 확정된다.
여소야대인 정국에서 약 1000억원의 부가적 예산을 국방부가 요청할 경우, 여야간에 첨예한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야당이 해당 예산을 처리해주지 않을 경우, 한반도 사드 배치 아젠다 자체가 물거품이 된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성주 성산포대 사드 최적합지 발표 ▷성주 군민 반발에 따른 국방부 장관과 군민간 간담회 ▷성주 군민 토론회를 통핸 제3의 장소 검토 요청 결론 ▷성주군수의 제3의 장소 검토 공식요청 ▷국방부의 제3의 장소 검토 요청 수용 및 검토 ▷한미 공동실무단 가동 및 제3의 장소 결과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방부는 추후 사드 배치 아젠다 자체를 뒤집을 수 없는 굳건한 논리를 물 밑에서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국회 예산심의위나 본회의에서 야당이 사드 부지 확보예산 약 1000억원에 대해 반발할 경우, 지금까지 군 당국이 2달여간 물 밑에서 차근차근 쌓아온 논리로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즉, ‘사드 배치를 위해서는 1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선명한 논리가 세워지는 셈이다.
군의 이런 논리가 바탕에 깔린 가운데 국회에서 사드 부지 예산 1000억원에 대한 여야간의 논쟁이 생기면 야당이 반박할 여지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야권이 이렇게 차질없이 군사작전하듯 준비해 온 군의 논리와 맞설 경우, 대선을 전후로 해서 야권이 색깔론에 의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안보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항상 국민들 다수가 안보를 택해왔음을 상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드부지 예산 1000억원 확보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맞닥뜨릴 그 순간을 위해 군이 현재 탄탄한 논리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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