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구청장 김영배) 주민들이 마을공부 삼매에 빠졌다.
종암동 주민 60여 명, 동선동 주민 70여 명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가 되면 각 주민센터에 모여 마을의 유래와 역사문화 등을 공부한다. 지난 금요일에도 종암동 주민센터는 종암동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대학 진학 때문에 지방에서 종암동으로 이사 온 20대 대학생, 종암동에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40대 엄마, 회사는 강남이지만 거주하는 종암동에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30대 회사원, 조금 한가한 저녁을 활용해 동네 공부를 하고 싶어 찾아온 50대 상인, 퇴직 후 지역을 위한 봉사 관련 일을 하고 싶은 60대 주민 등 60여 명이 ‘불금’을 보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마을계획단’이다. 마을계획단은 주민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거나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마을에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민선 6기 최대과제로 마을민주주의 실현을 추진하고 있는 성북구는 구정에 주민의 참여가 아닌 자치의 수준까지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5주 동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을 이해하는 성북학 등을 통해 마을의 과거를 알아보고, 마을 자원조사와 지역이슈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 등을 통해 스스로 더 나은 마을의 미래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성북구의 문화를 연구하고 알리는 성북문화원 강성봉 국장을 비롯해 주민 간 소통과 갈등을 조정하는 갈증조정 전문가 박수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갈등센터장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총출동 된다.
이미 마을공부를 마치고 마을계획단으로 활약하는 길음1동 주민 48명과 월곡2동 주민 35명도 나서서 활동의 경험을 나누고 질의응답을 통해 후련하게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다. 종암동과 동선동 주민들도 이후에는 다른 동의 이웃을 위해 이런 활동을 펼치게 된다.
성북구 관계자는 “마을계획단은 주민 자치 실현의 핵심인력으로 마을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애착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한 주민은 “종암동에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가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면서 “종암동 주민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이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다음 교육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마을공부를 마친 주민들은 2016년 1월에 마을계획단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들 마을계획단은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 해결 아이디어를 내어 동네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천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서 ‘마을계획’을 만드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마을계획단이 세운 마을계획은 마을총회를 통해 정책적으로 추진된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현재는 국가의 시대나 시장의 시대가 아닌 자기가 살아가는 단위인 마을과 동네에서 생활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시민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주민이 마을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를 마련하고 주민 스스로 마을계획을 논의하고 수립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주민 참여의 수준을 뛰어넘는 주민 자치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환 기자 / lee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