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민주통합당이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기마자세’ 형국에 처하게 됐다. 민주당은 ‘안철수 입당’을 종용하면서 안 원장측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안 원장의 입장에선 느긋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는 자신의 몸값 덕분. 민주당은 여론조사 방식 외에도 국민참여경선이나 제3당 창당을 통한 후보 단일화 방안도 제안하며 안 원장의 조기 입당에 몸이 달은 상태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1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민 경선이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바일 투표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근 민주당 대표 대행도 앞서 “민주당 당적을 갖고 당내 경선 절차를 밟는 방법도 있고, 가설 정당을 만들어 후보들만 입당한 뒤 국민참여경선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입당이 가장 좋지만 굳이 입당이 어렵다면 법적으로 문제 없는 차선책까지 제안한 것이다. 올해 초 민주당의 ‘안철수 없어도 대선 치른다’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다. 총선 패배 탓이 커 보인다.
민주당이 안 원장에 ‘입당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것은 ‘안철수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상수’로 등장한 안 원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을 막는 최적의 안전장치다.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결과적으론 ‘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게 되고 민주당으로선 맥빠진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고 ‘차선책’후보를 본선에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또 정당 밖의 강력한 장외 주자 행보가 지속되면서 당내 후보들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 원장이 범야권 주자 지지율 1위를 유지하면서 문재인 상임고문 외의 대권 예비 주자들의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당내 경선 흥행을 위해서도 안 원장의 입당은 필요하다. ‘어차피 안철수’로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당내 경선 경쟁 구도가 의미가 없어지게 되면서 경선의 흥행 강도는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일부 대권을 꿈꿨던 인사들의 탈당 우려도 나온다. ‘어게인 2002’를 외치는 민주당의 스케줄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민병두 민주당 당선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민주당에서 하는 경쟁이 의미가 없어져선 안된다. 우선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민주당이 안 원장의 중도 개혁 성향의 스펙트럼을 포용할 준비가 안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원장의 정치 색채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요약된다. 안 원장이 키워가는 대선 에너지의 근원이 기존 정당 정치가 내세웠던 것과는 달라 이에 대한 조율 없이 안 원장이 민주당 입당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새누리당도 안 원장의 조기 입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새누리당으로선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과정을 빨리 거쳐 안철수 바람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안 원장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지만 그것 하나 뿐이다. 검증 들어가면 이미지로 얻은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도 “실질적 검증 절차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오는 6월 말로 추정한다. 6월 말은 대학원 강의가 끝나는 시점이다. 안 원장 측이 대선 출마 가능성에 손을 저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있다.
<홍석희 양대근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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