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SNS선거’ 4·11 총선 영향력 둘러싼 찬반 논쟁 후끈…다가올 대선에서의 140자 위력은?
그들만의 리그 전락사용자 대다수가 수도권·2040
지역적·연령적 한계 드러내
이성적 논증보단 감성적 구호 난립
총선 이어 대선서도 역할 못할듯
4ㆍ11 총선은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된 뒤 치러진 ‘최초의 SNS 선거’였다. 사실 SNS 여론에서만 봤을 땐 야권의 과반의석 확보가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확보. 이를 두고 SNS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과 대선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대선에서 SNS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 주장하는 측은 버락 오바마가 당선됐던 지난 미국 대선 결과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의 ‘수도권 야권 바람’을 그 근거로 든다. 반면 SNS의 위력이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측은 SNS와 팟캐스트의 사용 세대가 수도권 2040세대에 국한된다는 점을 한계로 꼽는다. 총선에선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SNS가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찬반’을 나눠 들어봤다.
‘140자의 미학, 세상을 바꾼다.’
트위터가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던 3년 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던 전문가들의 자화자찬이다. 종이신문도, 방송도, 심지어 인터넷도 하지 못했던 ‘소통’을 트위터를 통해 할 수 있고, 이것이 답답하기만 했던 정치까지 바꿀 것이라는 게 ‘트위터 혁명론’의 골자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재보궐선거,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 말은 현실로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과 반 년도 안 지난 올해 4월, 트위터의 대세였던 야당은 패했다. 기다렸다는 듯 트위터의 한계를 지적하는 글과 촌평이 쏟아져 나왔고, 트위터를 비판하는 글이 트위터를 다시 뒤덮는 모순된 현상까지 나타났다.
트위터 정치의 한계론은 트위터의 ‘폐쇄성’에 주목한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정보를 주고받고, 토론도 할 수 있는 ‘개방성’을 위해 만들어진 트위터가 시간이 지나며 나의 이야기만 쏟아내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만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게 ‘폐쇄론’의 골자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의 70%가 대도시에 살고 있고, 또 70%는 40대 미만이라는 트위터의 지역적ㆍ연령적 한계가 트위터를 ‘특정 정치성향을 지난 사용자’만의 놀이공간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는 의미다.
김용민 통합민주당 후보의 막말 논란에도 완주가 대세였던 여론, 지역민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였던 부산 손수조 후보의 3000만원 선거비용 뽀개기 파기 논란과 일방적 비판은 ‘트위터 한계론’의 단골 소재다.
이 같은 트위터의 한계는 결국 같은 성향의 사람이 모여 세상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여론을 만드는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친야 성향 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일단 마인드 자체가 그렇게 세팅된 이상 그 어떤 논리로도 설득이 안될테니 자기끼리 그렇게 놀게 내버려두고, 다만 판을 그르치려 할 때만 한 번씩 쌔려주면 된다”며 이번 총선에서 민심과 괴리된 트위터 여론을 형성한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집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말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국회의원을 팔로잉하는 32만명의 트위터 사용자 정치성향을 분석한 결과도 이런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사대상 중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47.7%인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2.0%에 그쳤다. 총선에서 40%가 넘는 사람이 새누리당에 정당투표를 한 것과 비교해볼 때 그 괴리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40자 단문이라는 트위터의 특성에서 정치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객관적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는 정치를 다루기에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성적인 논증보다는 ‘감성적인 구호’가 판치게 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트위터는 논리에 따라 남을 설득하기보다는 의견이 같은 사람끼리 결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자신의 의견을 강제하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트위터 여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지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사실 왜곡 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문제가 제기된 뒤 슬쩍 원글을 지워버리거나 수정하는 방법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가지만, 트위터에 대한 일반인의 불신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이번 총선기간 중 상대 후보 측의 트위터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한 후보 측 관계자는 “한 번 퍼지고 나니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트위터 정치의 문제점은 연말 대선에서 트위터 역할의 축소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기함에 일반인도, 기존 언론도 분석하기에 여념없던 지난해 재보궐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을 통해 그 영향력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비판이다. 10년 전, ‘천지창조’와도 비교됐던 인터넷과 e-메일이 어느덧 ‘정치선전의 도구’로 여겨지는 것과 같은 일이 트위터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