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을 김희철 후보에
탈당후 무소속출마 강행
令안서는 현실 그대로 반영
이정희대표 후보등록하자
백혜련 공천 강행 돌변
중구난방·전략부재 비난도
계파나눠먹기식 통합따른
태생적 리더십 한계 지적
수권정당을 꿈꾸는 민주통합당이 공천부터 총선 공약까지 시시각각 오락가락,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은 4ㆍ11 총선 승리를 통해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지만 야권연대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 과정에서 ‘악수(惡手)’ 를 거듭 두면서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야권연대가 좌초 위기로 내몰리면서 당내에서조차 ‘한명숙이 보이지 않는다’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경선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 민주당은 당초 이 대표의 상대후보 김희철 의원에게 ‘재경선 수용’을 요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김 의원을 다독여 야권연대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당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당의 ‘령(令)’이 서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번엔 이 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이 대표가 이를 거부하자 ‘백혜련 공천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띄웠다. 야권연대의 전체 큰 틀이 훼손될 수도 있는 일종의 ‘경선 불복’을 당 차원에서 지지해 준 것이다.
하루 만에 극과 극을 오가는 대책을 꺼내놓으면서 민주당은 ‘전략부재’ ‘리더십 부재’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문재인 상임고문은 사태 수습을 위해 22일 저녁 급거 상경해 이 대표를 만났다. 사안을 키운 당사자인 민주당 지도부는 구경꾼이 돼 버린 것이다. 한 대표는 문 고문과 이 대표가 만나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2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민주당 리더십 공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구성원 10명 가운데 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박지원·남윤인순 최고위원 등 5명뿐이었다. 의결 정족수(6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한명숙 호의 ‘리더십 부재’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은 비리와 관련해 법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을 공천해 다른 인사들과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한 대표는 임 총장의 공천을 적극 지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대표의 오락가락 리더십 비난에 불을 지폈다.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선 각 계파간 나눠먹기식 공천이 여론의 비난에 시달렸다. 경제민주화 전문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종일 교수와 교육개혁 전문가 상지대 정대화 교수, 4대강 사업 전문가 관동대 박창근 교수 등이 모두 줄줄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당초 4석이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던 청년비례대표 후보도 2석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의 공란에는 당내 특정인과의 친분있는 인사들이 메워진 것으로 알려진다.
‘한명숙 호’의 리더십 부재 비판에 대해선 민주당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여러 계파가 합쳐진 상황에서) 한 대표가 칭얼대는 동생, 왈가닥 동생을 달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이상 뭔가가 없다” 며 “ 한마디로 ‘누님 리더십’인데 지금 민주통합당이 처한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바로 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지금까지의 한 대표 행보도 그렇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많다.
당장 이 대표의 사퇴 여부를 두고 야권연대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측근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지역구 관리에 힘써야하는 최고위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손학규ㆍ정동영 고문 등 당 중진들도 한 대표의 리더십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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