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들은 셋만 모이면 남녀 불문 야구 이야기를 한다. 야구는 곧 롯데 이야기다. 지난 12일 서면의 한 꼼장어 집에서 만난 분들도 그랬다. ”100억원을 제시했으면 이대호가 오릭스로 갔겠냐“는 롯데 음모론부터 장원준의 공백과 장성우의 이탈로 ‘가을야구’는 틀렸다는 푸념도 나왔다. ‘롯데 욕’은 끝이 없다. 그러다 동석자 중 한 명이 “그래(그렇게나) 롯데가 파이모(싫으면) 기아로 가등가”라고 하면, 상대는 “내가 미친나”라고 받는다. 팽팽했던 술자리는 곧바로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로 요란하다. 말하자면 부산 사람들은 ‘모태 롯데’들이다.
부산 사람에게 새누리당은 롯데와 비슷하다. 이른바 ‘애증’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으로 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서가 전국을 뒤덮었을 때도 ‘부산도 끝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했어도 18개 선거구중 무소속을 제외하면 1곳만을 야당에 내눴을 뿐이다.
부산에서 40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김이곤(67)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국회의원들 선거때만 굽신거리고 끝나면 전부 서울 올라가서 뭐 하는게 있노. 싹 바까삐야대. 널찌바야(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리재”라고 흥분했다. 그런 김씨도 “이번엔 민주당 찍으실껀가요?”라고 물으면 “아니 그건 아니재“라고 목소리가 작아진다.
하지만 ‘우리가 남이가’식의 투표행태가 이번에는 상당부분 분노로 표출될 수 있다는 여론도 많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집권 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솔직히 부산 분위기가 예전 같진 않다”고 걱정했다. ‘덮어놓고 1번찍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움직임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강했다. 김장원(30·동삼동)씨는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은 절대 찍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서영섭(23·온천2동)씨도 “MB 정권의 정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보면 정이 더 떨어진다”고 했다.
오는 4월 11일 총선거에서 ‘미워도 다시한번’ 분위기가 형성될지, ‘못살겠다 갈아보자’로 민심이 이동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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