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공천’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좋았던 분위기를 망친 민주통합당이 극심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노총 위원장인 이용득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통합당은 지금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노총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한 결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고 답했다. 최고위원직 사퇴와 한국노총의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최고위원은 또 “최근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엘리트 정치, 밀실 공천, 현역 자리 지키기 등 문제점들의 시정 없이는 총선 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질 것”이라면서 “창당과 통합정신은 현재까지 공천에서 사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지역구(강남을) 출마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전현희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최고위원이 전화를 해 송파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봤다”며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뱃지 헌터가 되고 싶지 않다. (저를) 철새정치인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또 “지도부 결정에 따라 중대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꼭 탈당이라거나 구체적인 결정은 한 것이 없다”고 이었다.
공천심사 결과에 불복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은 ‘민주동우회’라는 이름으로 무소속 벨트 출마를 결정했다.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마찰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강 공심위원장은 지난 1일 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에 반발, 공천 심사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 바깥에선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 자살사건’이 여전히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결국 사건이 발생한 광주 동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불법 선거인단 모집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분에 대해 ‘한명숙 호’의 태생이 기본적으로 허약했기 때문 아니냐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 내에는 구 민주계와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 여러 세력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총선을 불과 석 달 가량 앞둔 지난 1월 15일이었다. 화학적 결합이 없는 서로다른 세력이 짧은 시간 안에 뭉친 것이 결국 현재 민주당의 공천파동이 과거보다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386’ 인사들이 공천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것 역시 논란거리다.
<홍석희ㆍ양대근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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