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과학도, 아이비리거(미 동부 8개 명문사립대 출신), 벤처사업가, 나눔 실천가.
엄친아 출신에 노블리주 오블리제 덕목까지 두루 갖춘 ‘완벽한’ 이력서다.
안철수 데자뷰(dejavu)를 느끼게 하는 이 사람, 이준석(26세)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27일 박근혜호에 깜짝 승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제가 들러리를 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대위 참여를 결정했다” 며 “한나라당에 좀 과감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위촉한 외부인사 6명 가운데 히든카드는 단연 이 대표다.
김종인 전 의원과 조동성, 이상돈, 이양희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등이 합리적 보수와 복지 정책, IT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회 명망가라면, 이 대표는 말 그대로 뉴페이스다.
이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올 초 전산프로그램 개발 벤처기업인 클라세스튜디오를 창업하며 대한민국 1%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이 “이 사람” 이라며 무릎을 친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07년 5월 미국 하버드대 졸업을 앞두고 모교 동문 홈페이지에 ‘우리가 배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 동문 7명의 동참 속에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을 만들었다.
‘배나사’는 서울 용산구청의 도움으로 수학과 과학을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현재는 저소득층 300여명이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야간에는 무료과외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 대표의 박근혜호 승선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파격적인 나이는 세대갈등 허물기, 벤처사업가라는 직업은 당 혁신, 나눔을 실천하는 정신은 1% 부자정당 꼬리떼기와 부합한다.
10ㆍ26 재보선 패배 이후 한동안 안철수 콤플렉스에 빠져 있던 한나라당이 ‘리틀 안철수’를 통해 이이제이(以夷制夷.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어)에 나선 격이다.
당 내부에서도 “참신하다.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다채로운 이력이 돋보인다” 등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지금까지의 밑그림만 놓고보면 이 대표는, 박 위원장이 그리도 찾아 헤맸던 ‘스타 상품’ 임에 틀림없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제 막 정치 일선에 발을 내디딘 신예 중에 신예다.
그가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과 당내에서 어떤 목소리를, 얼마나 영향력있게 내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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