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출마할까. 요즘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2012년 대선 출마 여부다.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지만, 안 원장 본인은 “에이 무슨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 원장은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기성정치에 혐오감을 가진 국민들이 그를 통해 변화를 갈망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4가지 큰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권력에 대한 자신의 의지다. 두번째는 머리부터 발끝, 가족과 사생활까지 까발겨지는 혹독한 검증에 대한 각오다. 세번째는 정치입문에 반대하는 가족의 설득이다. 이런 3가지 사전 요건이 성립되면 이후 생사고락을 함께 할 정치적 동지와 조직, 그리고 자금동원 능력도 필수다.
강력한 차기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마저 위기에 빠뜨린 안 원장. 정치 전문가들은 그가 대권을 거머쥐려면 정치인 DNA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선판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정치는 단순히 어떤 사상과 아이디어 정책의 경쟁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는 때로는 비인간적일 수 있는 권력투쟁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다는 내면적 확신이 있어야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권은 정치세력 간 권력투쟁의 최전선. 권력에 대한 강한 욕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력욕구는 조직 구성으로 이어진다. 기존 정당조직의 품 안으로 들어가거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권을 위해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홀로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로서기를 시도한 정치세력은 그 수명이 짧았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 외 세력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조직을 가동하려면 돈은 필수.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373억원, 정동영 후보는 399억원을 각각 썼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민자당 후보로 나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막판에 SOS를 쳐 3000억원을 긴급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은) 돈과 조직의 벽에 가로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당은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했다.
백기투항하는 중도 포기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설명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을 평가절하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찬종 변호사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대해 “저에게 돈이 있습니까. 조직이 있습니까. 지역기반이 있습니까”라는 말로 대신했다.
세상이 변해 돈과 조직의 중요성이 희석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희망돼지 저금통 사례도 있고,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오프라인 조직의 약세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 아이디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판치는 게 우리네 정치현실이다. 한마디로 상대방 후보를 ‘더 거칠게 다뤄라’다.
본인은 물론 가족을 낱낱히 파헤치면서 후보자를 혹독한 검증대에 세우고, 그러면 가족은 “그만 두라”고 종용하고, 발을 들여놓은 이상 중도포기도 어려워지는 시나리오는 언젠가는 겪어야 할 시련이다. 비난과 폭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놓고 공격하면서 나를 뽑아달라고 외쳐야 한다. 대중은 혐오하지만 언론은 열광한다.
후보가 절대적으로 믿는 선거운동원은 가족이다. 가족 도움없이는 선거전에 뛰어들 생각은 접는 게 낫다. 안 원장도 가족의 만류가 불출마 선언에 한몫했다고 한다.
서거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남긴 말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누가 대통령 될 줄 알았나”. 대권에 오른 자도 자신의 운명을 예측하지 못했다. 대권은 하늘만 안다고 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