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금융시장이 대형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및 공적자금 인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리금융지주와 하이닉스는 인수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주가하락에 따른 매각가액 협상난, 불안한 시장전망 등으로 인해 매각이 좌초될 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예 매각 일정이 연기될 전망이다.
금융불안으로 외자유치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려던 기업들은 자금조달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하이닉스 인수에 뛰어든 STX는 중동계 자금유치와 일부 자산매각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이 외자유치 계획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시장 급랭으로 제값을 받고 적기에 자산을 처분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인수자금 차입을 추진중인 SK텔레콤도 금리조건 등이 불리해져 금융권 차입이 순조로울 지 불투명하다. 이들 회사는 특히 반도체 경기부진을 이유로, 인수부담을 호소하는 데다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둘러싸고 하이닉스 채권단과 첨예한 이견을 보여 불안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대우조선을 인수했다 포기한 한화그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도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우리금융 인수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사모펀드 3곳은 인수자금 중 상당액수를 해외에서 끌어온다는 계획이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계획에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IB의 한 관계자는 “환율과 금리가 불안하고, 금융시장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1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장 예비입찰제안서 접수 마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4조원 이상의 인수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당초 대한통운 매각이 완료되는 대로 대우조선 지분 50.4%(산업은행 31.3%, 캠코 19.1%)를 전량 매각하는 방침을 세웠지만 최근 증시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당장 대우조선을 인수할 만한 여력의 기업을 찾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매각연기를 검토중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지난 2008년 매각이 추진돼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화가 중도에 인수를 포기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
윤재섭 윤정현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