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뚫린 듯 퍼붓는 폭우에 27일 출근길에는‘슬리퍼족’, ‘장화족’이 속속 눈에 띄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빗물 때문에 정장 바지나 구두가 부담스러웠던 직장인들이 슬리퍼와 장화를 신은 채 출근길에 나섰던 것이다.
▶슬리퍼ㆍ장화 신고 출근…“어쩔 수 없어요”=27일 오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황모(28ㆍ여)씨는 반팔 블라우스와 정장 치마에 베이지색 장화를 신고 있었다. 황씨는 “어제 저녁에 퇴근 할 때 정장 바지가 허벅지까지 다 젖는 바람에 고생을 했다. 아침에도 비가 쏟아지길래 아예 장화를 신었고 구두는 쇼핑백에 따로 넣어왔다”고 말했다.
남성들 중에는 슬리퍼 족이 눈에 띄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만난 조모(35)씨는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조씨는 “차림새가 출근 복장으로 적합하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같은 날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면 아마 바지가 모두 젖었을 것.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으로 일하고 싶지 않았다”며 “회사 화장실에가서 옷을 갈아입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쓰나마나 한 우산 대신 아예 우비를 입고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은행원 김모(43)씨는 “아내가 우산 대신 우비를 챙겨주며 입고 가라고 하더라. 처음엔 좀 불편했는데 막상 이렇게 비가 오니 우산보다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폭우가 반가운 장화 장수 ‘룰루랄라’= 긴 장마 끝에 연일 집중호우가 물폭탄처럼 쏟아지자 동대문 신발종합상가엔 장화가 재등장했다. 지난주 폭염이 이어지며 장화 판매량은 주춤한 상태였지만, 이번주 들어 다시 비가 쏟아지며 장화 판매량이 다시 증가해 상인들은 싱글벙글이다.
동대문에서 10년째 신발을 판매하는 김율기(56)씨는 “올해 장화가 없었으면 큰 일 날뻔 했다”며 “장화가 이렇게 많이 팔린 해는 장사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장마에 이어 또 이렇게 비가 오니 장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또 지난 해부터 패션용품으로 장화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서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장화의 인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아동 장화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황은자(55ㆍ여)씨는 “요즘은 장화 밖에 안나간다”며 “뽀로로, 키티 등 캐릭터가 그려진 장화는 팔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 못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씨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신을 장화를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박수진ㆍ이자영 기자 @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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