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하라” 정부도 맞불
남북 비밀 접촉 녹취록 공개를 놓고 남북 간 진실게임이 가열되고 있다. 9일 오후 사실상 녹취록의 일부를 공개한 북한이 향후 녹취록 전부와 음성 파일까지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측은 1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문답에 이어 9일 비밀 접촉에 직접 참석했다는 국방위 정책국 대표의 문답 형식을 통해 비밀 접촉 내용을 재차 폭로했다. 지난 1일 공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명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과 당시 오고 간 대화, 돈봉투 사건의 정황을 담아 자기 측 입장을 변호했다. 문답 말미에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며, 녹취록이 있다면 밝히라”며 북한에 다시 공을 넘긴 상태다. 북측의 공개와 남측의 부인, 북측의 재폭로와 남측의 재부인으로 이어지는 진실공방은 결국 녹음 파일 공개로 절정을 이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비밀 접촉 상황을 녹음했을 가능성이 매우 큰데 정부가 그것을 무시해버린 게 잘못”이라면서 “진실공방이 가열되면 북한은 당연히 음성 파일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 행보를 부각시켜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려 한다”면서 “남측이 지금처럼 맞대응을 한다면 향후 녹취록 전부와 음성 파일까지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국회에서 “정상회담을 구걸한 바 없다”고 부인한 바 있어 향후 북한의 음성 파일 공개는 남북관계는 물론 남측 대내 정치에까지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 진실공방이 북한의 무력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양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 북ㆍ미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을 때 무력도발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 특사의 방북과 북ㆍ미 간 이산가족 상봉 문제 논의, 식량 지원 문제 논의까지 북ㆍ미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당장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