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하던 일행들까지 협박
결국 순찰 돌던 경찰에 검거
서울역 지하철 4호선 역사에서 한 여성이 성추행을 당하고 이에 항의하던 여성들이 흉기로 위협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사당역 한밤 성추행 사건 이후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내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고작 10여일 만의 사건이라 안전강화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0일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역사 내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하고 흉기를 꺼내 일행을 협박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로 김모(3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9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역 4호선 역사 내 승차권환급기 근처에서 승차권을 환급받고 있던 이모(23ㆍ여) 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또 이를 보고 항의하던 이 씨의 일행 3명을 가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 위협하고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들을 협박한 뒤 도망쳤으나 뒤쫓아간 이 씨 일행이 순찰을 돌던 경찰을 만나 신고하면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술을 먹고 지나가다 실수로 엉덩이를 만졌고 이에 피해자 일행이 항의해 흉기를 꺼내들어 보여주고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자 일행은 김 씨가 흉기를 꺼내들어 휘두르는 등 위협을 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씨 등 일행은 김 씨로부터 위협을 당한 뒤 지하철 역사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 등은 “KTX라는 표시가 돼 있는 옷을 입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큰둥하게 반응했으며, 또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나서야 적극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시각 4호선 역사에는 4명의 역무원과 장애인 등의 이동을 돕는 2명의 공익요원이 있었으며, 서울역 사무실에 따르면 당시 2명의 역무원은 식사를 하러 갔고 2명은 순찰을 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KTX 패치라면 지하철 직원이 아닌 KTX 물류센터 소속 직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ㆍ박병국 기자/mad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