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앞. 소복에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하얀 얼굴, 섬찟하리마치 새빨간 입술까지 영락없는 처녀 귀신 모습을 한 여성 수십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터전국연합 소속 성매매 여성들은 이날 성매매집결지 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소복을 입고 몸에 보디페인팅을 한 채 대중 앞에 섰다. 성매매 집결지의 상권이 죽어간다는 뜻을 표현하겠다는 의미였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그녀들의 절박한 외침만큼 얼굴에 그려넣은 표정은 등골을 섬찟하게 됐다. 이날 시위는 이후 백화점 명품매장 진입과 분신 시도가 더해지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유력 언론에도 이날 시위는 대서특필 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시위도 경쟁력이 필요한 시대. 남들과 차별화되지 않고선 대중의 관심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한 자리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행진을 하는 것은 진부해졌다. 자신들의 주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독특한 퍼포먼스는 필수 요소가 됐다.
구(區) 의 재정난을 호소하기 위해 구의회 의장이 거리에 나선 경우도 있다. 오금남 종로구의회 의장은 “종로구에 재산세 비과세 대상인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경복궁 등 관공서와 문화재가 몰려 있어 구 재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난 24일부터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신의 어깨 높이 정도의 노란색 판넬 게시판 뒤에 서있는 오 의장은 언뜻보면 노란색 상자 안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세입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가가 특별교부세로 지원을 해주거나 아예 ‘특별자치구’로 지정해 비과세 대상을 대폭 축소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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