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조정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26일 순매수로 전환했다. 지난 12일 옵션만기일 이후 매도 우위를 이어간 지 11거래일 만이다.
전일 뉴욕 주식시장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차익 프로그램 매도를 주도했던 유럽계 자금의 선물 매도 여력이 거의 다했다는 점이 이날 외국인 매수 전환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글로벌 경기모멘텀 둔화, 유럽 재정위기 문제, 미국 2차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어 추세적 매수 전환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계 차익 매물 한계?=이날 오전 10시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709억원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
장 초반 9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던 기관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과 프로그램 비차익거래에서 큰 폭의 매수 우위가 나타나자 이내 101억원 규모의 코스피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특히 전일 현대차 부품업체 문제 해결과 함께 현대차 매수에 나선 데 이어 이날 기아차마저 재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 등 다른 대형주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매수 우위를 보인 것도 한국 증시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외국인 매매 움직임의 특징은 프로그램 매매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날 오전 프로그램은 차익 순매도 70억원, 비차익 순매수 677억원으로 합계 607억원 매수 상위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계가 주도하는 비차익 프로그램이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고, 유럽계가 주도하는 차익 프로그램 매매도 이제 선물 매도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프로그램 매도를 촉발하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 여력이 3000계약 이내로 많지 않고, 모건스탠리 외의 투자주체들이 전일과 같이 낮은 베이시스(괴리율 -0.4% 이하)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프로그램 매도 공세는 조만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추세적 매수 전환 여부 불투명=다만 그리스 등 유로존의 위기가 여전히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매수 전환을 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 잣대인 미국 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의 자금 움직임을 보면 이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로 전환한 반면, 채권형 펀드로는 4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음달 미국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얼마나 개선되느냐가 외국인 매매의 방향성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