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薄利多賣)의 힘은 자문형랩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통했다.
지난 2월 14일 미래에셋증권을 필두로 증권업계에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 바람이 불어닥친 지 100일이 지난 현재, 수수료를 낮춘 증권사는 웃고 낮추지 않은 증권사는 울었다.
헤럴드경제가 26일 입수한 증권업계 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문형랩 수수료를 3.0%에서 1.9%로 낮춘 미래에셋증권은 3개월여 만에 자문형랩 증가 규모(2971억원)가 업계 1위인 삼성증권(3269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설정액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은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업계 5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각각 자문형랩 수수료를 각각 1.5%, 1.9%로 낮춘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도 인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수수료 인하 이후 자문형랩 순자산이 각각 2040억원, 1048억원씩 늘었다. 수수료 인하 전 설정액 대비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은 같은 기간 자문형랩 순자산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우리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이 기간 자문형랩 순자산 증가율이 한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한 자문형랩 시장에서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은 낮은 수수료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