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오전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결과적으로 공약을 저버린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면서도 책임있는 대통령으로 국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진솔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현재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500만 국내 이용객들이 점점 KTX를 이용하게 되면 김해공항의 이용객이 급속히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신공항 백지화 후속조치로 김해공항 활용을 제고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건상 신공항을 짓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해당지역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임을 이자리에서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경제성없는 선심성 대책보다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 논란이 불거지고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난 지 이틀 만에 국민 앞에 섰다.
평소의 장고(長考) 스타일에서 벗어나 지체없이 유감을 표명하고 대통령의 입장을 국민에 전달하는 것이 문제를 조기 수습하는 ‘정공법’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경제성과 국익 최우선’이라는 단호하고 원칙있는 국정운영 기조를 분명히 함으로써 집권 4년차 레임덕 우려를 불식시키고 향후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지역발전과 경제성이 상충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역발전이 곧 경제성”이라며 신공항 백지화가 객관적이고 면밀한 경제성 검토 이후에 나온 고심어린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에 공약을 해서 집행되는 사업이 140조원이 넘는다” 면서 “그 중엔 그대로 집행되지 않아야 할 것도 많다. 중앙정부 지자체에서 선거 공약을 다 그대로 간다면 아마 국가재정이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공약과 관련, 적자가 뻔한 사업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선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2개 정도의 허브공항 있고 중국도 북경, 상해 국제공항이 있지만 그 곳은 (우리와는 달리) 경제 규모도 그렇고 인구도 많이 있다” 면서 “적자가 불보듯 뻔한 데 이 공약을 결정하면 대통령 개인은 욕먹지 않을 지 몰라도 대통령 한 사람 편하자고 국민과 다음 세대까지 부담되는 이 사업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앞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 때 2번, 세종시 수정안 추진 때 1번, 연평도 사건 이후 1번 등 모두 4차례 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이날도 “송구스럽다”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의 사과의 의사를 표명했다.
<양춘병 기자 @madamr123> 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