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에 문제는 없을까요”
두려움 호소 인터넷글 홍수
정부 기준제시 않아 답답
서울시 수돗물 조사착수
식약청 일본식품 적합 통과
일본 원전 사고 당시 상공으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전국 곳곳에서 검출되자 시민들의 불안이 태아 및 유아의 건강, 식수와 먹을거리 등 전방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임산부들은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임산부나 영아에 대한 맞춤형 기준을 제시하는 곳도 없어 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식수에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에 나섰다.
임산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방사능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임산부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오월이맘’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임산부는 “방사능이 유출되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임산부들에게는 너무 무시무시한 얘기”라며 “일어나면 항상 뉴스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으로 여행을 준비 중인 임산부들은 공항에서 혹시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까 걱정이 태산이다.
임산부들은 전문가나 정부에서는 괜찮다지만 임산부나 영아에 대한 기준을 따로 알려주지 않으니 더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임신 16주차인 임산부 박모(29) 씨는 “같은 양의 방사능이라도 임산부나 태아에게는 더 위험하지 않겠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사능 검사는 일반 산부인과나 보건소에서는 할 수 없고 공항에 있는 검사기나 서울에 있는 원자력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만 가능해 답답한 산모들이 확인을 해볼 방법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태아 보험에서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임산부나 영아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불신이 쌓인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먹을거리 불안은 식수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9일 시내 6개 정수센터에서 시료를 채취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환경부는 지난 11일 일본 지진 발생 이후 우리나라 수돗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조사를 두 차례 진행했으며, 실제 급수가 중단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현지에서는 핵연료봉 안에 들어 있는 물질인 플루토늄마저 밖에서 검출되고 있어 체르노빌 핵사고의 수준을 넘어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은 “현재 검출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도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유입될 경우 그 피해는 수십년 동안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제조국이 일본이거나 일본을 경유해 수입되는 농ㆍ임산물, 가공식품, 식품첨가물, 건강기능식품 등 총 986건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검사가 완료된 244건은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박도제ㆍ도현정ㆍ이태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