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을 검거하고 형사 처벌을 어떻게 할 지 현행법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노트북에 대한 변제까지 해줄 수는 없어요. 이런 부분은 따로 민사재판을 통해 청구하셔야 합니다”
서울 중랑경찰서 1층 오른쪽 코너에 위치한 경제3팀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도난당한 남성과 여수사관의 상담이 한창이다. 경찰서라면 매서운 수사관과 억울함에 북받친 피해자, 마지막 궁지에 몰린 피의자 등이 서로 얽혀 뭔가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이곳은 좀 다르다. 차분하게 설명하는 수사관의 모습에 금쪽같은 노트북을 도난당한 남성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아간다.
중랑서 경제3팀은 다른 경찰서 수사팀과 확연히 다른게 있다. 팀장을 포함한 수사팀 8명이 전원 여경이라는 점이다. 여경으로만 하나의 수사팀을 구성한 것은 전국 경찰 최초로, 중랑서 경제3팀은 지난 2일 출범식을 갖고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중랑서가 위치한 중랑구 지역은 대표적인 서민 거주 지역으로, 소규모의 생계형 범죄가 잦은 곳이다.
여경들로만 구성된 중랑경찰서 경제3팀의 팀장인 황경희(왼쪽부터) 경감, 김정희 경위, 권미정 순경, 박은정 경사, 전윤숙 경위, 박애화 경장, 지상은 경장, 김희경 경장. |
이럴때 조목조목 피해 사실을 정리해주고, 속 마음을 짚어내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에는 여수사관들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여수사관들이 수사를 담당한 사건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자 김녹범 신임 서장은 아예 지난달 각 수사팀에서 여경들을 뽑아 팀을 만들어 여경 경제팀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황경희 팀장은 1986년부터 경찰 조직에 몸 담으며 수사 관행의 변화를 몸소 체험해왔고 박애화 수사관, 전윤숙 수사관 등 7명의 팀원들도 경력 6~8년차로 한창 의욕이 넘칠 베테랑들이다.
고객만족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관들의 실력이다. 경제3팀은 몽니를 부리는 피의자나 요구사항이 불분명한 악성 민원인을 만나도 고성이나 우악스런 행동으로 상대방과 기싸움을 벌이지않는다. 대신 법을 근거로 조목조목 따져 든다. 틈을 보이지 않는 수사력이 상대방에게 허점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파악했기 때문이다. 3팀 소속 수사관들은 복장도 모두 정장 내지는 세미정장을 입는다.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려 오는 민원인들에게 프로다운 모습으로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이 편하게 물건을 놓거나 필요한 메모를 바로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마련하는 배려도 보였다.
여경 수사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안팎의 시샘이나 편견 섞인 시선도 느껴진다. 도주한 피의자를 검거하는 일 등 남성 수사관의 역할도 중요한데 여경만 모여서 잘 처리할 수 있겠냐는 우려와 대외적으로 홍보된 만큼 성과가 있겠냐는 의심도 슬쩍 들려온다. 무엇보다 전국 경찰 최초라는 타이틀은 시샘이나 고충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수반한다. 황 팀장은 “도주하거나 잠적한 피의자를 검거 하는 일 등에는 다른 팀에서 남성 수사관의 손을 빌리고, 다른 팀이 맡은 사건 중 여경에게 조사받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3팀 인력을 잠시 내주기로 했다”며 ‘품앗이’ 계획을 밝혔다. 경제3팀 사무실 출입문 안쪽에 잠금장치를 추가로 달아 사무실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구조를 손 보기도 했다.
경제3팀은 팀원 구성에서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다. 팀원 8명 중 기혼자가 5명이나 되는 점을 고려해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게 기본이지만 경제3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다방면으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중랑서 경제3팀이 어떤 성과로 경찰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을지, 3팀의 고객인 국민들의 기대어린 관심이 집중된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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