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충격 시스템 손상 가능성
냉각펌프 가동 속단 어려워
냉각수 공급이 최상 시나리오
작업 최대 몇주간 지속될수도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가 ‘전력 복구’ 소식에 희망적인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원전 위기는 지난 11일 도호쿠(東北) 지진으로 발전소 전기공급시스템이 파괴되면서 냉각장치 가동이 멈춰 노심용해가 진행되는 것이 문제였다. 일본 정부는 1차 대응으로 헬기와 특수소방차 등을 동원해 외부에서 해수를 주입해 왔다. 그러나 해수 투입 이후 방사능 수치에 큰 변화가 없는 데다 오히려 달아오른 원자로 내부의 압력만 높이는 등 사실상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력선이 복구돼 냉각장치를 재가동시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전원기능이 회복되면 제1원전의 각 발전소의 긴급노심냉각장치(ECCS)를 가동해 원자로 냉각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다.
러시아 오브닌스크 물리에너지공학연구소의 게나디 샤킨 소장은 “일본은 냉각수 순환 펌프를 하나라도 먼저 작동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말 전력복구 여부에 日미래 달렸다=현재까지 전력 복구 작업은 상당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 IAEA는 17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전력선 복구작업이 완료됐다”면서 “1원전 3호기에 대한 냉각수 살포 작업이 완료되면 엔지니어들이 2호기에 전력을 다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호기의 냉각 펌프를 재가동하기 위해 주 배전로에서 1㎞ 길이의 전력선을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일본 NHK 방송은 18일 “이르면 이날 밤 1·2호기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이 원전 위기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전기설비 손상이 비교적 적은 2호기를 시작으로 1호기와 3호기, 4호기 순으로 송전 복구 작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작업이 성공하면 원전 1~3호기의 냉각수 공급과 3~4호기 폐연료봉 수조에 물을 채워넣을 수 있게 돼 방사능 누출 위험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력 공급이 재개된다 해도 냉각 펌프가 정상가동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지진과 수소폭발의 충격으로 냉각 시스템이 손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력 복구를 위해선 기술자가 원자로에 근접해야 하는데 원전 인근의 높은 방사능 수치로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도쿄전력은 320명을 투입해 17일 오후 케이블 점검을 마치고 각 원자의 내부 회선에 전원을 접속하는 작업을 앞두고 있으나 현재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그레고리 재스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17일 일본의 원전 통제 노력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며칠에서 몇 주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 도마 위=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와 안전성 문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1970년대 건설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비상디젤발전기 13대가 모두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지하에 위치해 있고, 1~6호기 간 거리가 근접해 있어 폭발사고가 날 경우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 간 거리는 2000피트(약 609m)이다.
후쿠시마 원전과 유사한 모델로 평가받는 미국 조지아주 에드윈 해치 원전의 경우 원전 2기 당 비상디젤발전기가 5대씩 배치돼 있는데, 발전기마다 30cm 두께의 콘크리트의 외부벽에 둘러싸여 지상에 설치돼 있다. 이밖에 에드윈 해치 원전은 인근 강에서 20여m 떨어져 있어 유사 시 냉각수 공급이 쉽도록 만들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바다에서 100여m 떨어져 있다.
데쓰오 이토 긴키대학 원자력에너지연구소장은 “이번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확실히 우리의 공학적 예측을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원전 업계는 원전 설계 시 이러한 가정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