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기업인 속내 토로
한국에서 언론을 통해 일본 대지진을 보는 느낌과 일본에서의 실제 상황은 좀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지진의 여파와 방사성 물질 오염 우려로 도쿄도 위험한 게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수십년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차분하게 일상에 집중하려 노력 중이다.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은 의식적으로 접어뒀다.
도쿄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회사(키스코그룹)를 운영하고 있는 전희배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전 임직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전 대표는 편지에서 “잠시 일본을 다니러 온 사람들이야 서둘러 귀국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사회활동의 근거지가 이곳”이라며 “해외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때문에 한국 친인척에게서 안부전화를 받느라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타사의 일부 한국인 기술자가 한국대사관의 일시 귀국 지시가 있었다고 거짓 보고하고는 갑작스럽게 자리를 이탈하는 일도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 대표는 “다행히 우리 회사 사원들은 대지진 직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전철이 운행되는 역까지 몇 시간씩 걸어서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가 하면, 아예 오전 6시에 출근하거나 다음날 아침 처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 때문에 전날 저녁부터 회사에서 머무는 사원도 있었다”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통신망으로 서로 정보를 나누고 모범이 되는 사례를 공유하면 서로에게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이어 “서로에게 우리의 사회생활 기반을 지켜내도록 격려하며 살자”면서 “시간이 지나면 어려운 군생활 얘기하듯 공통의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말이면 상황이 진정돼 예전 생활로 되돌아가게 되리라고 기대한다”며 “하루빨리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친지들을 안심시켜 드리라”고 당부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주위에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까 힘을 냅니다.”
대지진 이후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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