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류 바람이 거셀수록 역풍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걸그룹 멤버들을 비하하는 반(反)한류 기류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한국 드라마 쿼터제 등으로 정책적으로 한류 견제에 나서기도 한다. 여기에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에 이어 카라 일부 멤버가 소속사와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서 한류 확산에도 걸림돌이 될 조짐이다.
이에 시스템 문제로 인한 내부 갈등이 가요로 재점화된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드라마, 영화에서 가요로 한류의 영역은 확대됐지만 한류의 내실을 기하고 이어가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과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들을 비하, ‘K-POP 붐 날조설 추적’이라는 제목의 혐한만화가 나와 인터넷을 달구었다. 이 만화는 한눈에 봐도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 만화를 보면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와 카라 등이 성공을 위해 성접대를 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또한 만화 속 여성들은 옷을 입지 않은 채 엉덩이 춤을 추거나 소녀시대의 무대의상을 입고 속옷을 노출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또 카라와 소녀시대의 이름까지 그대로 거론된다. 작가는 ‘취재를 바탕으로 각색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한국드라마 방영 통제에 나섰다. 대만의 입법위원들은 ‘유선 라디오 TV 프로그램 중 본국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20% 이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유선라디오TV법’ 내용 중 20%를 40%로 바꾸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미 중국은 한국 드라마 쿼터제를 도입한 상태다.
혐한류 만화의 등장에 대해 네티즌들은 분개하고 소속사는 법정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혐한류와 반한류는 한류의 필연적인 반작용이다.
최근 한류에 대한 일본 언론의 태도를 보면 언제라도 혐한류를 제기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양산할 수 있다. 한류에 대한 일본 언론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일본 언론들은 한국 걸그룹에 대해 “음악은 보이지 않고 발만 보인다” “허리 움직임이 유연하다” “각선미를 앞세운 소녀시대” 등의 선정적인 보도가 주를 이뤘다.
한류에 관한 각국의 문화평론가, 방송전문가의 충고와 조언을 들어봐도 장밋빛 상황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사장 김영훈) 주최로 열린 ‘2010 한류포럼’에서, 야기 사키 마이니치방송 아나운서는 “일본에서 2002년에는 욘사마를 좋아하는 엄마 세대, 한국 사극붐은 아저씨, 동방신기는 젊은 여성, 소녀시대 카라는 남성들이 각각 좋아하면서 한국문화에 더욱 익숙해졌다”면서 “소녀시대처럼 다리를 보여주는 걸그룹은 없다. 소녀시대는 춤추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좋지만 일본어로 얘기할 때에는 정말로 촌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한 지적만 보더라도 한류의 대표 분야라 할 수 있는 걸그룹들에 대한 현지 전문가의 인식에 대해 알 수 있다. 각선미와 엉덩이는 보이지만 그들이 음악성에 대해선 논하지 않는다.
사실 걸그룹들의 선정적인 복장과 춤동작에 대한 지적은 이미 한국에서도 논란이 된 사항이었다.
지난해에는 걸그룹의 복장과 춤동장에 대한 선정성이 철퇴를 맞고 KBS는 걸그룹 복장과 안무에 대한 심의기준을 강화했다. 복장에서는 각선미와 복근 등의 노출을 제재했다. 이로 인해 당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했던 걸그룹 ’미쓰에이’ 와 ’레인보우’ 등이 의상을 수정해야 했다. 또한 춤 동작에서는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것들이 제재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소녀시대의 각선미가 강조되는 ’학다리춤’과 ’제기차기춤’ 등이 수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는 한국내에서만 해당된다. 한류의 대표주자로 나가 新한류 중심에 선 걸그룹들은 음악성에도 불구 여전히 비주얼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한국 걸그룹이 일본에서 롱런하려면 비주얼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창력만이 살 길이라는 식의 전략도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한국 걸그룹이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높은 인지도가 생기게 된 것은 무료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 때문이다. 비주얼과 춤, 퍼포먼스 등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의 동영상을 대량 올려도 일본 신세대들이 잘 열어보지 않는다.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 스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속내는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의 한류 견제 움직임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국민감정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만일 국내 지상파 TV에서 대만 드라마가 매일 2~3편씩 방송되는데 비해 대만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거의 방송하지 않는다면 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반한(反韓)’으로 과잉 해석한다면 양국 간의 오해만 늘어날 뿐이다.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받아들이면서 내실을 기하고, 현지인에게 통할 수 있는 K팝과 드라마의 강점을 꾸준히 살려나가야 한다.
일본 방송국의 프리랜서 음악 PD인 다이치 씨는 “한국 걸그룹이 음악적으로 뛰어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에서는 한국 걸그룹에 대해 음악적으로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녀시대 하면 미각(美脚), 카라 하면 엉덩이, 이런 식으로 외면적으로 소비되는 특징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치는 “외모나 스타일, 퍼포먼스를 약화시킬 필요까지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또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