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프린세스’(이하 ‘마프’)와 SBS ‘싸인’이 지난 5일 첫선을 보이면서 박빙의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S ‘프레지던트’는 이들보다 시청률은 낮지만 대본의 완성도가 높아 열혈 시청자들이 붙는 상황이다.
‘마프’는 여신 김태희의 망가짐만으로 화제가 됐다. 너무 울어 마스카라가 번지고 찡그린 표정으로 한 손으로 엉덩이를 막고 화장실로 직행하는 김태희의 연기는 ‘폭풍설사’라는 이름이 붙어 네티즌 사이에 재밌다는 반응을 낳았다. ‘마프’는 세 드라마중 인터넷 호응도가 가장 높다. 김태희는 CF에서 보여주던 완벽한 외모가 완전히 망가자면서 시청자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김태희와 로맨스를 펼칠 송승헌도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로 ‘안구정화커플’로 불리고 있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법의학 드라마 ‘싸인’은 첫 회부터 박신양과 전광렬 두 법의학자의 대결구도가 확 눈에 들어온다. 김성재 의문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인기 그룹 리더 서윤형(건일)의 죽음을 놓고 오로지 양심을 걸고 부검하는 윤지훈(박신양)과 정치적인 야심가 법의학자 이명한(전광렬)이 큰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업’시키고 있다. 여기에 윤지훈과 멜로를 펼칠 신참 검시관 고다경 역의 김아중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대통령 경선과 대선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프레지던트’의 매력은 주인공 장일준(최수종)을 착한 사람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물들간의 선악 구분이 희미해 현실 정치를 보는 듯하다. 대통령에 오르기 위한 전략과 계력, 암투가 만만치 않다. 장일준측이 청와대 전산망을 해킹해 강력한 상대후보 김경모(홍요섭)의 공약을 가로채 TV토론에서 승기를 잡는 모습은 정치 드라마로서 리얼리티를 높이고 있다. ‘스포츠는 패자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정치는 패자에게 사약을 보낸다’는 정치의 본질에 잘 어울리는 드라마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