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기 마드리드KBC 센터장
스페인 의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시자 아만시오 오르떼가(Amancio Ortega)는 스페인 최고 거부이자 세계 10대 부호 명단에도 올라 있다. 유명세에 비해 대중매체 노출을 극히 꺼려 은둔의 최고경영자(CEO)로 회자된다.
일반 대중이 손쉽게 멋과 개성을 맘껏 창출할 수 있도록 중저가로 빠르게 제작되고 빠르게 유통되는 ‘패스트패션’을 만들기 위한 마음만은 열려있다.
그는 60년대 청년시절 양복점 점원으로 일할 당시 손님들의 다양한 욕구를 늘상 접하면서 ‘뭔가 변화를 시도하면 고객 만족도 높아지고, 장사도 더욱 잘 될 텐데’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는 훗날 자라 탄생의 모태가 된다. 1972년 본인이 직접 의류제조에 뛰어 들었고, 이후 3년 뒤인 1975년 스페인 북서부 도시 라 코루나에 자라 1호점을 열었다. 자라 본사이자, 그룹 지주회사 인디텍스가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현재 77개국, 4907개의 매장에 자라를 위시한 8개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이익창출의 효자 브랜드는 단연 자라다.
글로벌 스파(SPA; 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ㆍ제조직매형 의류회사)의 효시인 자라의 경쟁력의 원천은 고객중심 생산, 중가시장 공략, 그리고 제조유통의 스피드다.
자라는 길거리에서 뜨는 유행 모드를 조기에 포착해 본사 제품기획에 반영한다. 신제품 출시주기는 통상 3~4주다. 공장출하에서 유통매장까지 지역별 24~48시간 안에 도착한다. 항상 새로운 매장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주 2회 신상품을 반입하고 재고품목은 신속하게 이전 처리한다. 원스톱 토탈 패션의 대형매장을 운영한다. 의류 이외 핸드백 등 다양한 악세서리를 전시판매해 패션 초보자도 토탈 패션이 가능하도록 한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자라 한국시장 평가, 향후 투자계획 등 업무협의 차 자라 본사 방문의 기회를 가졌다. 본사와 인근에 11개 직영 공장체제를 갖추고 있는 모습은 ‘자라 시티’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마케팅 부서 한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서울 명동 매장 등 전 세계 매장으로부터 어떤 옷이 잘 팔리고 있고, 어떤 디자인이 재고가 쌓이고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 분석 위에서 신제품 디자인과 기획생산이 빠르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인근의 한 공장에선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규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무인 자동화 생산라인과 같이 근로자는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제품마다에 부착된 바코드는 전자 센서기를 통해 수천종의 제품이 최종 목적지 매장별로 포장, 분류돼 배송을 기다리는 트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IT가 접목된 글로벌 생산 및 배송 시스템이다. 연간 3만개 이상의 디자인을 쏟아 내는 자라의 물류 스피드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 때 섬유수출 대국이었던 한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로 인해 섬유산업기반의 상당을 잃어버린 스페인. 그러나 우리는 아직 세계적인 브랜드를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면 더 많은 유럽 패션 브랜드가 한국시장을 노크할 것이다. 우리업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우리 브랜드도 경쟁력을 높혀, 세계로 나아가는 기폭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