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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새 커져 버린 그 이름 조성하
뒤늦게 핀 연기 강렬한 인상

영화 ‘황해’선 조폭 두목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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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버스종점 추격신

“33일 동안 지겹도록 찍어”



안방극장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중견 연기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황진이’ ‘대왕세종’ ‘성균관스캔들’을 거쳐 ‘욕망의 불꽃’에 출연 중인 조성하(44)다. 뒤늦은 TV 진출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꽃중년’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꿀성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팬들로부터 선물을 받을 정도가 됐다.

그는 적은 출연 분량만으로도 시청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배우였다. 그러다 보니 분량과 비중도 단숨에 크게 늘어났다.

‘성균관스캔들’에서는 탕평과 대동을 표방하며 조용한 개혁을 이끈 왕인 ‘정조’ 역을 연기했는데, 성인 출연진 중에는 주연급이었다. 중후하면서도 편안한 그의 목소리는 ‘꿀성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욕망의 불꽃’에서는 대서양그룹 회장의 성장제일주의에 눌려 지내는 둘째아들 ‘영준’ 역으로 야심과 갈등, 도피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황해’에서는 청부살인을 의뢰했다 결국 죽음을 맞는 버스회사 사장이자 조폭 두목인 ‘태원’ 역을 맡아 복합적인 내면을 잘 표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조성하는 권용운, 김정균, 표인봉, 전창걸, 배동성, 정은표 등과 동기지만 이름은 늦게 알려졌다.

“서라벌고교 시절부터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대학졸업 후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며 저예산 독립영화에 가끔 출연했다.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에 출연한 내 모습을 KBS 김철규 PD가 보고 HD TV문학관 ‘깃발’에 캐스팅했고, 지난 2006년 김 PD의 ‘황진이’에 출연해 첫 사극 연기를 한 게 TV로 들어온 계기다. ‘대왕세종’ ‘성균관스캔들’도 그런 식으로 이어졌다.”

조성하는 늦은 나이에 TV로 들어왔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욕심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나에게도 때가 올 것이라고 믿고 꾸준히 갈고 닦았다. 과거 동기들이 잘될 때 축하전화를 하곤 했는데, 이젠 그 친구들이 내게 축하문자를 보내주곤 한다.”

조성하의 연기가 어필하는 것은 중후한 저음 목소리 외에도 그만의 연기 스타일이 더 큰 이유다. 허세 없는, 치장 없는 스타일이 시청자와 관객의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이는 그의 연기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 ‘황해’의 태원은 원래 조폭 두목은 아니다.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겉으로까지 조폭 두목인 체할 필요는 없는 거다. 조폭을 조폭답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돈이 가장 많다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걸음걸이나 표정을 보면 돈 있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조성하는 ‘황해’에서 하정우, 김윤석과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축이다. 두 겹의 치정에 얽힌 살인 비극의 원인 제공자다. 영화는 4부로 나뉘어 있는데 후반부에는 조성하가 주연이다. 캐스팅 비화부터 재미있다.

“ ‘황해’팀에서 소속사로 오디션을 본다고 연락이 왔다. 소속사에서 조성하 씨는 오디션을 안 본다고 하자 나홍진 감독이 한 번 만나자고 해 미팅을 했는데, 쪽지 몇 장을 읽어 보게 하더니 크랭크인 직전에 캐스팅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 감독은 태원 역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800명이나 되는 후보를 올려놓고 오디션을 직접 봤고, 그중 나에게서 가장 근사치를 봤다고 하더라.”

‘황해’를 촬영하는 동안 엄청 고생했다. ‘성균관스캔들’ ‘욕망의 불꽃’과 병행하면서 찍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배우의 밑바닥까지 뽑아내는 감독의 치열한 촬영 스타일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마지막 버스 종점에서 추격전을 벌이다 죽는 장면은 무려 33일 동안 찍었다. 피를 묻히고 오래 있어야 했는데 피의 조청 성분이 말라 비틀어지면 살이 트게 된다. 카체이싱 장면은 3D로 찍었다면 멋진 감상거리가 됐을 것이다.”

조성하는 작업 과정에서 철저하고 세련된 김윤석, 하정우라는 특급 배우에게서 많이 배웠다며, ‘황해’의 애정 어린 관심을 당부했다.

“ ‘황해’는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영화로만 보면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복잡한 것을 담백하게 표현한 영화다. 평범한 인물이 큰일을 저지르고 마지막에 포말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허무함을 느낄 것이다.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이를 두고 장난치지는 않는다. ‘황해’처럼 공들인 작품이 살아남았으면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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